말도 안 된다며 깔깔 비웃었지만…2100년이면 멸종될 수 있는 '한국 생명체' 정체
2025-08-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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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에 놓은 한국특산종…심각한 상황

2100년 멸종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생명체'가 있다. 바로 한라산 구상나무다.
9일 연합뉴스는 멸종이 예상되는 한라산 구상나무와 관련해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의 말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찬수 소장은 2002년 열린 심포지엄 당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던 국내 학계의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로 2100년이 되면 한라산 구상나무가 멸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2년 당시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대부분 사람이 깔깔대며 비웃었다"라고 전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였던 김찬수 소장은 2002년 11월 '한라산 아고산대 식생변화 요인과 보존대책'이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2100년에 한라산 구상나무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부설 한라산연구소 주최로 제주도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라산 아고산대 보호·관리 방안'이라는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구상나무 멸종을 예측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반신반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수 소장은 연합뉴스에 "구상나무가 멸종한다고 하면 그 한 종만 멸종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한라산에서만 구상나무와 같은 환경을 공유하는 143종이 멸종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누구도 한라산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멸종할 수 있다는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구상나무를 멸종위기(EN) 종으로 분류한 상황이다.
한국 특산종인 구상나무는 현재 한라산 아고산대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한라산에서 채집한 구상나무 표본을 연구한 끝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임을 확인했다.
구상나무는 약 18m까지 자라며 수령은 80년에서 100년으로 추정된다. 구상나무는 유독 한라산에서만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이외에도 내륙의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무등산, 속리산 등지에도 일부 분포하지만 대부분 정상부 능선에 소수의 개체 혹은 개체군만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20여 년간의 쇠퇴 속도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한라산 구상나무는 수십 년 내에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10년 관점에서 한라산 구상나무 복원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현재 4년 단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종자 채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후 단계별로 조사 강화, 증식 묘목 생산 확대, 복원, 자생지 외 조림, 거점 보전 기관 선발 및 의무 분양 확대, 국가 보호식물 지정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또 앞으로 대표목 유전체를 활용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우수 형질 개체를 선발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상나무 이름에 대해 알아보자!)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어로 '쿠살낭'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전해지고 있다.
쿠살낭에서 '쿠살'은 제주어로 가시가 많은 해산물인 성게를, '낭'은 나무를 뜻한다. 구상나무의 잎이 성게의 가시와 비슷하게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