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수십만 원 호가 고급 어종인데…이곳에선 흔해 빠졌다는 의외의 생선

2025-08-09 11:40

add remove print link

제주도에서는 kg당 10만 원 훌쩍 넘어

한국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최고급 생선이 타이완에서는 일상 식탁에 자주 오르는 흔한 생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바로 다금바리(石斑魚) 이야기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kg당 1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급 어종이지만, 타이완 남부 해안에서는 양식과 자연산 모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어시장이나 로컬 식당에서는 신선한 다금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어, 현지인들에게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즐기는 ‘친근한 해산물’이다.

타이완 남부의 가오슝(高雄), 핑둥(屛東), 타이난(臺南) 일대는 아열대 기후와 풍부한 해양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천혜의 어장이다. 그중에서도 다금바리는 수온과 수질 조건이 맞아 자연 번식과 양식이 모두 활발하게 이뤄진다. 현지 어민들은 산란기와 어획 시기를 철저히 관리해 1년 내내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한다.

◈ 현지 시장의 ‘평범한’ 고급 생선

타이완의 전통 어시장을 찾으면, 얼음 위에 가지런히 놓인 다금바리를 쉽게 볼 수 있다. 크기별로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1kg 기준 800~1,200타이완달러(한화 약 3만5천~5만 원) 수준으로 한국의 절반 이하다. 현지에서는 고급 횟집뿐 아니라 가정집 식탁에도 종종 오르는 생선으로, 주부들은 장을 보면서 다른 생선과 비슷한 감각으로 다금바리를 고른다.

다금바리 생선 / Alfarra60-shutterstock.com
다금바리 생선 / Alfarra60-shutterstock.com

특히 타이완 남부에서는 주말 가족 모임이나 손님 초대 상차림에 다금바리 찜, 탕, 구이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어시장에서는 생선을 손질해 바로 찜기에 넣어주거나, 가정용 냄비에 알맞게 손질해 진공포장까지 해주기 때문에 손이 덜 가는 것도 장점이다.

◈ 가장 맛있게 먹는 법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조리법은 단연 ‘찜’이다. 다금바리는 살이 탄탄하고 지방 함량이 적어 찜으로 조리하면 고유의 단맛이 살아난다. 찜할 때는 소금과 생강, 파, 그리고 약간의 쌀술을 넣어 비린내를 잡는다. 간장과 참기름을 곁들이면 깔끔한 맛이 완성된다.

탕 요리도 인기다. 맑은탕은 다금바리의 단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겨울철 보양식으로 각광받는다. 여름철에는 매콤한 마라탕 스타일로 조리해 땀을 빼며 먹는 경우도 많다. 타이완 동부 해안가에서는 숯불구이로도 많이 즐기는데, 바삭하게 구운 껍질과 촉촉한 속살의 조화가 일품이다.

◈ 관광객도 반한 ‘합리적인 사치’

다금바리 요리 /  Joseph Cheng-shutterstock.com
다금바리 요리 / Joseph Cheng-shutterstock.com

타이완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다금바리는 ‘합리적인 사치’다. 한국에서는 가격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생선이지만, 타이완에서는 부담 없는 가격에 회, 찜, 구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맛볼 수 있다. 가오슝과 타이난의 유명 해산물 식당에서는 1인분 기준 500타이완달러(약 2만 원대)면 다금바리 요리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비싸서 못 먹던 생선을 마음껏 먹었다”는 반응을 남기며, 일부는 귀국 전 어시장에서 손질된 다금바리를 구매해 숙소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가져가기도 한다. 현지 식당 사장들은 “한국 손님들은 다금바리 주문 비율이 높다”며 웃는다.

타이완 남부 바다에서 나는 다금바리는 한국의 최고급 식재료가 현지에서는 얼마나 생활 속에 녹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