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국민의힘

2025-08-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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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제명하라’ vs ‘전한길 악마화’ 극한대립

전한길 씨 / 연합뉴스
전한길 씨 / 연합뉴스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전한길 블랙홀’에 빠졌다. 전 씨의 강경한 행보와 이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전당대회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친윤 대 반윤' 구도를 넘어 '친길 대 반길' 논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전 씨는 조경태 대표 후보,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등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른바 찬탄(탄핵 찬성) 후보들을 비난하며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찬탄과 반탄(탄핵 반대)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연설회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 씨의 전당대회 행사 출입을 금지하고 이날 오전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권 주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안철수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전한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전 씨 제명을 촉구하며 당무감사를 요구했다.

조경태 후보도 "윤석열 옹호론자들이 합동연설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각목만 안 들었지 지난 시절 민주당 전당대회에 침입한 '정치깡패 용팔이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하며 즉각 출당을 주장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반탄파인 김문수 후보는 "당이 일부 인사에게만 경고 조치를 한 것은 명백히 미흡했다"며 "균형 잡힌 대응이 없다면 분란과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후보도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도발 행위를 한 특정 후보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김근식 후보를 겨냥했다.

전 씨는 징계 조치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며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부터 징계하라"고 반발했다. 그는 12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전 씨는 이미 전당대회 전부터 당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보여왔다. 전 씨가 입당 소식을 공개하며 당 극우화 논란에 불을 지피자 반탄 주자들은 그를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찬탄 주자들은 전 씨를 적극 비판하며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일각에서 전 씨의 출입을 허가한 자에 대한 문책 요구까지 나오며 국민의힘이 ‘전한길 블랙홀’에 빠진 모양새다.

전 씨 존재감은 전당대회 이전부터 두드러졌다. 그는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집회에서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진실의 전달자'로 추앙받았다. 일각에서 당원 이상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일각에선 전 씨를 제명하더라도 당원권 자격만 박탈될 뿐 논란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후보들은 이날 수도권과 경북에서 표심 공략에 나섰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 성남 수정·중원, 용인, 고양에서, 장동혁 후보는 성남 중원, 용인, 수원에서 당원들을 만났다. 안철수 후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이영훈 목사를 예방했고, 조경태 후보는 경북 영주, 포항 당원들과 문경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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