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는 비트코인 쟁탈전 돌입... 기업·ETF 이어 이곳도 대규모 암호화폐 투자 참여
2025-08-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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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
미국 내 퇴직 연금 계좌에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를 포함하는 길이 트이게 돼 점점 더 급격한 공급 부족이 예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 시각) 민간 자산인 사모펀드, 부동산, 암호화폐 등을 퇴직연금 계좌인 401(k)에 포함할 수 있도록 노동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정규 투자 상품을 통해 디지털 자산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 기준 401(k) 계좌에 보관돼 있는 자산은 약 8조 달러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이 수치가 현재 12조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거대한 자금 풀은 가상자산 시장 입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잠재 시장이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퇴직연금 자산이 주식과 채권에 집중돼 있었으나, 이번 정책 변화로 인해 플랜 운영자가 비트코인이나 기타 비상장 자산과 연계된 펀드를 제공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포트폴리오 내 비트코인 할당이 현실화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L뉴스 등에 따르면 비트와이즈 리서치 책임자 라이언 라스무센(Ryan Rasmussen)은 401(k) 자산 가운데 단 3%만 암호화폐에 할당되더라도 유입 자금은 약 24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 가운데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비트코인에만 약 1440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현재 중앙화 거래소에 보관돼 있는 유통 가능한 비트코인 물량은 지난 7년간 최저치인 약 250만 개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약 3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연금 자금이 실제로 ETF 형태로 유입될 경우 운용사는 새로운 투자에 필요한 물리적인 비트코인을 확보해야 한다.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 IBIT)는 이러한 수요를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로, 이미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인 바 있다.
여기에 경쟁자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비트코인 매입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스트래티지(Strategy)와 일본의 메타플래닛(Metaplanet) 같은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기업 자산으로 정기적으로 대규모 매입하고 있으며 이 같은 트렌드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스(Bitcoin Treasuries)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상장 및 비상장 기업 164곳이 약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1160억 달러 규모로, 전체 발행 한도 대비 약 5%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과 접점을 넓혀가는 가운데, 퇴직 연금이라는 거대한 자금 흐름이 암호화폐에 도달할 경우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