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청춘을 벗었다" 자주포 포신에 얼굴 끼어 뼈 으스러진 육군 병사
2025-08-10 14:02
add remove print link
자주포의 위험, 그 날의 충격적인 사고
군 복무 중 운명을 바꾼 치명적인 순간
자주포 포신에 얼굴이 끼어 중상을 입은 육군 병사가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에서 탈락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2023년 5월 23일 육군 소속 병사 안태랑 씨는 K-9 자주포 운용 중 포신에 얼굴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육군 한 여단에서 주최한 포술 경연대회 도중 발생했으며, 안 씨는 당시 자주포 조종수로 참가하고 있었다.
자주포 조종수는 평소 상반신을 해치 밖으로 내놓은 상태에서, 포반장의 지시에 따라 해치 안으로 들어가 의자를 내리고 해치를 닫은 뒤 사격 준비를 한다. 사고 당일, 사격지휘 차량(K-77)이 목표 좌표를 늦게 전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간부가 조급한 분위기 속에서 포신을 조작했고, 안 씨는 해치 안으로 들어갈 틈 없이 포신에 얼굴이 끼이는 부상을 입었다.

부상 직후 안 씨는 치아 2개가 탈락하고 안면골이 크게 손상됐다. 또한 철모가 변형되며 두부에도 열상이 발생해 군 헬기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병원에서는 약 13시간 45분에 걸쳐 안면골 정복 및 수술이 이루어졌다.
초기 부대 측은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를 통해 조기 전역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2023년 7월 시행된 심사에서 안 씨는 부적합 판정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여단장이 "병원에만 있으면 오히려 정신건강에 안 좋다. 차라리 부대로 복귀해 통원 치료를 받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는 게 안 씨 주장이다.
안 씨는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기 위해 여러 진료과를 방문해 추가 검진을 받았으나,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신경과, 내과, 외과 등에서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반복됐다. 2023년 12월 실시된 최종 심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지 못해 사회복무요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K-9 자주포는 155mm 포탄을 사용하는 47톤급 자주포로, 조종수는 포탑 전면 하부 운전석에서 장비를 조작한다. 포신 조작 시 승무원 안전이 중요한데, 사고 당시 포신 조작 과정에서 안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현재 안 씨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준비하며, 민간 병원에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할 예정이다. 사고 경위와 부대 내 안전 관리 책임에 대한 군 내부 조사는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처분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는 군 복무 중 부상이나 질병으로 복무 지속이 어려운 경우 신체·정신 상태를 평가해 전역이나 사회복무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병무청의 심사 기준과 군 의료진의 진단서, 각 진료과 소견을 종합해 판정이 내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