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크게 칠 듯” 제작비 단 2억인데 뜻밖의 캐스팅 터진 ‘한국 영화’
2025-08-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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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약 2억 원 '초저예산'으로 알려진 연상호 감독 신작
역대급 캐스팅과 독창적 소재로 기대작 떠오른 한국 영화
‘부산행’, ‘지옥’ 등으로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한 연상호 감독이 이번엔 제작비 단 2억 원의 초저예산 영화로 돌아왔다. 그러나 스케일 축소와는 거리가 먼 ‘역대급 캐스팅’과 독창적인 소재로 벌써부터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9월 개봉을 확정한 신작 ‘얼굴’(감독 연상호)이 그 주인공이다.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살아가는 임영규와, 그와 함께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연 감독이 2018년 발표한 동명 만화를 실사 영화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연니버스’라 불리는 그의 세계관의 기원으로 돌아간 의미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얼굴’이 부르는 궁금증
영화의 미스터리 중심에는 ‘정영희’라는 인물이 있다. 1차 예고편에서조차 얼굴은 물론 구체적인 실체조차 드러나지 않은 채, 주변 인물들의 증언으로만 설명되는 캐릭터다. 공개된 스틸 컷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은 모두 가려져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1970년대 청계천 의류 공장 ‘청풍피복’에서 무거운 원단을 나르고 허드렛일을 하는 장면, 그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모습에서도 그 얼굴은 베일에 싸여 있다.

정영희는 시각장애인 남편 임영규와, 태어나 한 번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못한 아들 임동환의 기억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얼굴의 주인공이다.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결국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는 사건은 영화의 이중 미스터리를 형성한다. 연상호 감독은 “성장 중심의 시대를 지나 경제 부흥을 이룬 우리가 그 과정에서 지워버린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캐릭터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사회적 메시지를 함축한 인물임을 예고했다.
박정민, 1인 2역·시각장애인 연기 도전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박정민의 변신이다. 그는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젊은 임영규’와 현재 시점의 아들 ‘임동환’을 동시에 연기한다. 데뷔 후 첫 1인 2역 도전이자, 시각장애인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역할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1인 2역이 박정민의 자발적 제안으로 성사됐다는 것. 그는 “좋은 마음의 취지와 의미가 모여 만드는 영화라면 나만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젊은 임영규 역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직접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가발과 백탁 특수 렌즈를 착용해 외적 싱크로율을 높였고, 짧은 제작 기간에도 도장 제작 기술을 완벽히 습득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연상호 감독 역시 “임동환은 다섯 번의 인터뷰를 듣는 동안의 리액션이 중요한 캐릭터인데, 박정민이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권해효는 “박정민은 늘 성실함을 간직한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저예산에 담긴 연상호 감독의 의지
‘얼굴’의 제작비는 약 2억 원대. 독립영화계에서도 ‘초저예산’으로 분류되는 규모다. 연 감독이 직접 설립한 제작사 와우포인트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스태프를 상업영화의 3분의 1 수준인 20여 명으로 구성했고, 촬영 기간 역시 3주로 압축했다. 여기에 연 감독과 오랜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 뜻을 함께하며 평소보다 낮은 출연료를 수락했다.
연 감독이 실사 독립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독립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해 ‘부산행’ 이후 상업영화와 드라마에 집중해왔다. 그런 그가 다시 ‘작은 영화’로 돌아온 건, 상업성과 별개로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함이다.

누리꾼 반응 “이번에 사고 크게 칠 듯”
개봉 소식과 예고편 공개 후, 온라인 반응도 뜨겁다. “일단 예고편 보면 안 볼 수가 없는 영화네요”, “이번에 사고 한 번 크게 칠 듯…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야지”, “배우 이름 하나 믿고 갑니다”, “미치겠다…예고편만 본 건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흥미진진하네요”, “벌써 대박날 거 같은 느낌이...기대돼요”, “뭔가 또 하나의 대작이 탄생할 거 같은데”, “이건 봐야지”, “‘얼굴’ 이라니...정말 흔히 쓰는 말인데도 이렇게 비중있게, 단독 주연처럼 제목으로 마주한 적은 처음인 것 같네 생경하다”, “연기 대결 미쳤다”, “와 분위기 미쳤네”, “지옥 진짜 재밌게 봤는데 또 기대해 봐도 되나”, “나는 연상호 감독의 이런 게 너무 좋음”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얼굴’이라는 흔한 단어를 이렇게 비중 있게 쓰는 건 처음 본다”, “연기 대결이 미쳤다”, “연상호 감독의 이런 감성이 좋다”는 반응도 다수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 독창적 미스터리, 그리고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맞물린 ‘얼굴’은, 저예산의 한계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연니버스’ 걸작이 될 수 있을까. 오는 9월, 관객들은 마침내 40년간 감춰진 ‘얼굴’과 그 뒤에 숨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