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야 진짜 시작… 이제 가을에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이 질병’ 정체
2025-08-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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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과 초가을에 모기매개 감염병 많이 발생
여름이 끝났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9~10월은 오히려 모기와 말라리아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해가 지면 한여름보다 더 성가신 모기가 찾아온다. 특히 비가 그친 뒤 생긴 고인 물은 금세 번식지가 돼 늦여름과 초가을에도 모기 활동은 쉽게 줄지 않는다. 문제는 이 시기가 말라리아 등 모기매개감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라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99건 중 9~10월에만 25건이 집중됐다. 여름이 끝났다고 방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가을철 위험에 대비해 서울시는 매일 ‘모기 예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수치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 맞춘 행동 지침을 함께 안내해 시민들이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25개 자치구 55곳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가 모기 개체수와 기온, 강수량을 매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쾌적-관심-주의-불쾌’ 4단계로 구분해 제공한다. 예보 단계에 따라 방충망 점검, 고인 물 제거, 모기장 사용, 기피제·살충제 활용 등 세부 수칙이 달라지며 야외활동이 잦은 시민들에게 유용하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시 말라리아 환자 수는 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명)보다 28.1%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10.3%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월 초부터 이어진 폭염과 집중호우가 모기 개체수를 일시적으로 줄였을 뿐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유지되면 가을 모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지난해에도 7~8월 잠잠했던 모기가 9월 말부터 급증한 바 있다.

모기 활동 지수는 0부터 100까지로 100에 가까울수록 물릴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지수가 100이면 야외에서 10~15분 머무는 동안 5마리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예년 같으면 7월 중순쯤 주의나 불쾌 단계까지 치솟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7월 말에도 지수가 50을 조금 넘는 데 그쳤고 8월 들어서는 40 안팎의 관심 단계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 10일에는 지수가 0을 기록하며 모기 활동이 거의 사라진 날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에 날씨를 꼽는다. 모기는 15~30도에서 활발히 움직이지만 32도 이상이 지속되면 활동이 둔화되고 개체 수도 줄어든다. 여기에 짧지만 강력한 폭우가 잇따르면서 산란과 부화에 필요한 환경이 무너진 것도 모기 감소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모기 예보 정보는 기존 서울시 홈페이지뿐 아니라 건강관리 앱 ‘손목닥터9988’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야외활동이 잦은 시민들이 실시간 날씨처럼 모기 현황과 행동 요령을 간편하게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예보 단계에 따라 “야외 활동 시 기피제 사용”이나 “집 주변 물웅덩이 제거” 같은 생활 팁도 함께 제공된다.

서울시는 말라리아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해외 말라리아 발생국가나 국내 위험지역(김포·파주 등)을 다녀온 뒤 오한, 발열, 두통, 근육통, 극심한 피로감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신속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48시간 간격으로 고열과 오한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며 심한 경우 빈혈이나 황달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 진단은 치료 효과를 높이고 감염 확산을 막는 핵심이다.
말라리아를 포함한 모기매개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시 긴팔·긴바지 착용, 모기 기피제 사용, 방충망·창틀 틈새 보완, 고인 물 제거가 필수다. 특히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활발히 활동하므로 캠핑·낚시 등 야간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감염병관리과는 “모기 예보를 생활 속에서 꾸준히 확인하고 예방 수칙을 지키며 증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검사받는 시민들의 실천이 말라리아 퇴치의 열쇠”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