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임신 중지 약물 합법화, 산부인과는 여성의학과로 변경”
2025-08-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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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 남성 청소년까지 넓혀
정부가 임신 중지(낙태) 약물의 합법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산부인과’라는 기존 진료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2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열리는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계획에는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한 세부 과제로 임신 중지 약물 도입, 임신 중지 관련 법·제도 정비 등이 포함됐다.
현재 국내에서 임신 중지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국회가 정해진 시한 내에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여성들은 해외나 온라인 경로를 통해 유산 유도제를 구입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임신 중지가 가능한 임신 주수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 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안전하고 합법적인 약물 접근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진료과 명칭 변경안도 포함됐다. 산과와 부인과를 합쳐 부르는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임신·출산을 직접적으로 연상시켜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의 접근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제기돼왔다. 산부인과는 실제로 월경장애, 자궁 및 난소 질환, 여성암 검진 등 임신·출산과 무관한 질환을 폭넓게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칭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월경 이상 증상을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8.7%, 초기 성인 가운데 25.3%만이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응답자 중 22.1%는 ‘임신 등 주변의 오해’를 산부인과 방문 기피 이유로 들었다.
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 확대 계획도 포함됐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된 원인이지만, 구강암과 항문암 등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정부는 성별 구분 없이 예방 접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무료 접종 대상을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무료 접종 대상은 여성 청소년과 저소득층 여성으로 한정돼 있으며, 주로 4가 백신(가다실)이 제공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번 5개년 계획이 여성 건강권 확대와 성별 균형 있는 예방의료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신 중지 약물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의학적 안전성, 사회적 논의, 법률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안 마련 이후에는 약물 사용 절차, 의사 상담 요건, 부작용 관리 체계 등을 포함한 세부 지침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발표되면 임신 중지 관련 법안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회와 의료계,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임신 중지 허용 주수, 약물 사용 자격 요건, 미성년자의 접근권 보장 여부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