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요구로…6·25 전범 '정율성' 흉상 다시 세운다
2025-08-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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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작곡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1914~1976)의 흉상이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복원된다. 광주 남구 정율성거리에 있던 정율성 흉상은 2023년 모 교회 전도사가 파손해 관계 당국이 처리 방향을 고심해 왔다.
광주 남구는 14일 “최근 주(駐)광주 중국총영사관으로부터 정율성 흉상을 다시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중국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정율성 흉상 복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국인들이 광주에 방문, 훼손된 흉상을 보게 되는 것을 총영사관 측이 우려한다고 남구는 설명했다.
구체적인 복원 방법이나 시기는 좀 더 논의해야 하지만, 남구는 모처에서 보관 중인 정율성 흉상을 기단 위에 재설치할 예정이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쓰러진) 흉상을 깨끗하게 보관 중이며 9월쯤 다시 세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1945년 북한으로 넘어가 조선인민군 장교로 활동했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다. 이후 중국으로 귀화해 작곡가로 활동했다. 팔로군 행진곡(중국 인민해방 군가),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광주 남구는 2008년 정율성 생가가 있던 양림동 도로의 이름을 ‘정율성로’로 명명하고 정율성 기념 사업을 벌였다. 중국에서 3대 음악가로 꼽히는 정율성을 앞세워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이유였다.
2009년 정율성거리에 정율성 흉상도 세웠다. 남광주청년회의소가 중국 해주구 인민정부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정율성이 다닌 전남 화순 능주초등학교에는 정율성 흉상과 대형 벽화, ‘정율성 교실’도 있었다.
2023년 광주시가 동구 불로동에 정율성공원을 만들기로 하면서 정율성의 과거 행적도 다시 주목받았다.
윤석열 정부인 그해 8월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은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을 뿐 아니라 직접 남침에 참여해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10월 정율성로 입구에 있던 흉상이 파손됐다. 한 교회 전도사가 흉상에 밧줄을 묶은 뒤 차량으로 당겨 쓰러뜨렸다.
보훈부는 그해 11월 광주시와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 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조성된 정율성 관련 기념 시설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