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광기” 아프리카에서 한국까지 와서 알만 낳고 도망가는 '생물체' 정체

2025-08-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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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알 품을 능력이 없어 탁란
“그 정성으로 차라리 그냥 키워 ㅋㅋㅋ”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한국까지 날아와 자기 둥지도 아닌 다른 새의 둥지에 알만 낳고 도망치듯 날아가는 새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생각보다 더 정신 나간 새였던 뻐꾸기 근황.jpg'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은 우리가 흔히 들어 본 조류인 뻐꾸기의 특이한 습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뻐꾸기가 오직 알을 낳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1만 2000km 떨어진 몽골을 오갔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뻐꾸기가 무려 1만 2000km 떨어진 몽골을 오가며 이주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조류학회와 현지 과학자들은 뻐꾸기 5마리에 위성 꼬리표를 붙이고 이동 경로를 관찰하는 '몽골 뻐꾸기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난 뻐꾸기 '오논'이 잠비아에서 출발해 평균 시속 60km로 쉬지 않고 16개국을 횡단해 몽골에 돌아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육상 조류 중 최장 거리를 이동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유튜브 채널 '크랩 KLAB'에 따르면 이는 뻐꾸기의 생태적 특성 중 하나일 뿐, 특정 개체만의 특징이 아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실제 2019년부터 우리나라 여름 철새인 뻐꾸기한테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서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뻐꾸기가 아프리카까지 갔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전체 이동 거리는 무려 2만 4012km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뻐꾸기는 한반도에서 출발해 동남아와 인도를 지나 아프리카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몇 달간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같은 경로를 따라 다시 돌아왔다. 특히 아프리카로 갈 때보다 번식지인 우리나라로 올 때 더욱 빠른 속도로 돌아왔다. 놀라운 것은 아라비아해를 건널 땐 잠도 안 자고 2박 3일 동안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쉬지 않고 오랜 비행이 가능했던 데는 날렵한 깃털 끝 등 맹금류와 닮은 체형이 한몫했다.

뻐꾸기가 알을 낳으러 먼 거리를 날아오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는 단지 대부분의 철새가 보이는 특성에 불과하다. 철새들은 처음 월동하고 번식하던 지역으로 계속 찾아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뻐꾸기는 왜 스스로 알을 품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뻐꾸기는 신체 구조상 스스로 알을 품을 수 없다. 새들은 일반적으로 알을 낳으면 포란반이라는 것이 발달한다. 포란반이란 복부의 털이 없고 혈관들이 부풀어 오른 부분을 일컫는다. 이는 알에 체온을 잘 전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뻐꾸기는 포란반이 없는 새다.

남의 둥지에 알만 낳고 직접 키우지 않는다고 해서 모성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뻐꾸기의 모성애는 탁란하기 위한 둥지를 고를 때 드러난다. 뻐꾸기는 탁란할 둥지를 고를 때 숙주 새(알을 대신 품고 키울 새)의 알과 비슷한 형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붉은머리오목눈이라면 푸른색 알을 낳고 멧새면 흰 바탕에 반점이 있는 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뻐꾸기의 새끼들은 숙주 새의 새끼들보다 일찍 부화하는 탓에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쳐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 뻐꾸기의 새끼가 부화하는 순간 숙주 새의 새끼들은 전부 목숨을 잃게 되는 걸까. 사실 알고 보면 뻐꾸기알이 부화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숙주 새들이 진화를 통해 자신의 알과 다른 알들을 구별하고 제거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의 알을 거의 70%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단 부화하면 자기 새끼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이 포착된다. 게다가 자기 새끼들보다 몸집이 큰 까닭에 더 아끼면서 키우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 먹이를 뻐꾸기 새끼한테만 더 가져다주는 식으로 애정을 유독 쏟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튜브, 크랩 KLAB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진짜 광기", "탁란보다 이동 거리가 더 엽기적이다. 아프리카에서 봤던 뻐꾸기가 우리 동네 뒷산에 있는 그 뻐꾸기라니...", "역시 이렇게 봐도 제정신이 아닌 새...가 맞긴 한 듯", "숙주 새의 알과 같은 색으로 낳는다고 하니 놀랍네요", "그 먼 거리를 나는데 탁란 실패 확률 70%면 그냥 키우라고 ㅋㅋㅋㅋㅋㅋ", "숙주 새 스케줄까지 ㅋㅋㅋ 그 정성으로 차라리 그냥 키워 ㅋㅋㅋ", "뻐꾸기는 생각보다 똑똑했다...", "와 자연의 신비....." 등 반응을 보였다.

뻐꾸기는 한국 전역의 산림, 농경지, 하천 주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특히 나무와 관목이 적절히 어우러진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며 번식기를 맞으면 개활지와 숲 가장자리에서 쉽게 관찰된다.

이 새는 낮 동안 활발히 활동하는 주행성 조류로, 아침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울음소리가 더욱 빈번하게 들린다. 뻐꾸기의 대표적인 특징은 탁란 습성이다.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부화와 육아를 대신하게 한다.

주로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때까치 등 중소형 조류의 둥지를 이용하며 알의 크기와 색을 비슷하게 맞춰 위장한다. 뻐꾸기 새끼는 부화 후 곧바로 둥지 속 다른 알이나 새끼를 밀어내 단독으로 먹이를 독점한다.

몸길이는 약 32~34cm로 날씬하며 회색빛의 깃털과 긴 꼬리를 가진다. 날갯짓이 빠르고 곧게 날아가는 비행 습성을 보이며 번식기 외에는 홀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번식기 내내 수컷의 영역과 짝짓기 의도를 알리는 중요한 신호로 사용된다. 여름 철새인 뻐꾸기는 주로 4월 말~9월 사이에 관찰되며 번식을 마친 뒤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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