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소파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 혹은 하루 종일 육아로 지친 몸을 달래주는 와인 한 잔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의 보상’ 같은 시간이다. 적당히 마시면 스트레스 완화와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매일 마시는 습관’이 과연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알코올 중독의 초기 단계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매일 마시면 알코올 중독일까?
알코올 중독은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신다’가 아니라, 술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고, 마시지 않으면 불안·초조함·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하루 한 캔의 맥주(약 350ml)는 알코올 함량이 4~5%라면 약 14g의 알코올을 포함하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저위험 음주량’에 해당한다.
그러나 ‘양’보다 중요한 건 빈도다. 매일 마시는 습관은 뇌가 알코올에 점점 익숙해지게 만들고, ‘없으면 허전한 상태’를 만든다. 이 과정이 장기간 지속되면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술에만 의존하게 되면 심리적 중독 위험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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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술이 주는 몸속 변화
알코올은 섭취 직후 간에서 분해되지만, 하루하루 쉬지 않고 들어오면 간은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간 건강 저하 매일 마시는 소량의 술이라도 간 효소 수치를 조금씩 높이고, 지방간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체중이 늘거나 기름진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지방간 발생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수면 질 저하 알코올은 잠이 빨리 들게 하지만, 깊은 수면 단계(REM 수면)를 방해해 잦은 각성과 피로를 유발한다. 매일 밤 ‘맥주 한 캔’이 오히려 아침 피곤함을 부르는 셈이다.
심혈관 영향 소량 알코올이 혈관 확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지만, 매일 마시면 혈압이 조금씩 상승하고, 심장 부정맥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많다.
체중 증가 맥주 한 캔의 열량은 150kcal 안팎. 매일 섭취하면 한 달에 4,500kcal 이상을 추가로 먹는 셈이다. 안주를 곁들이면 ‘숨은 열량’은 더 커진다.
위·장 건강 악화 알코올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공복 음주는 손상을 더 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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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는 습관, 줄이는 방법
만약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면 주 1~2일은 완전 금주일을 만들어 간과 뇌가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는 시간대에 탄산수나 무알코올 맥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운동, 독서, 산책 등 다른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병행하면 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은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 40g, 여성 20g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맥주로 환산하면 남성은 하루 1.5캔, 여성은 0.7캔 수준이다. 하지만 ‘매일 마시는 것’은 이보다 더 중요한 위험 요소다.
전문의들은 “양이 적더라도 매일 술을 마시면 뇌와 간, 심혈관계에 누적 손상이 생긴다”며 “하루 한 캔도 1년 내내 이어진다면 습관성 음주로 분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시 말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맥주 한 캔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매일’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몸은 회복 시간을 필요로 하고, 뇌는 점점 알코올에 익숙해진다. 즐기는 음주는 주 2~3회, 간과 마음이 쉴 수 있는 날을 주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