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화재로 모자 숨져…대피한 아버지 “아들 못 봤냐” 찾아다녀
2025-08-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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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쳐
17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불은 20층 아파트의 14층 한 세대에서 시작됐다. 숨진 2명은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으로, 모자 관계로 확인됐다. 아들은 현장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부상자 13명 가운데 12명은 경상, 1명은 중상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주민 89명이 긴급 대피했고, 마포구청은 대피자들을 위한 임시 숙소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고 당시 숨진 모자의 가족인 60대 남성도 해당 세대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화재 직후 자력으로 대피한 그는 “우리 아들 못 봤냐”며 인근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아들은 인근 명문대에 재학 중이었다는 말이 주변 주민들 사이에서 오갔으나, 신원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검은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원 252명, 차량 79대를 투입해 오전 10시 42분경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앞세대에 거주 중이던 70대 여성은 “그 시간에 집을 비운 상태였는데, 다른 주민이 실외기 쪽에서 ‘펑’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봤다고 했다”며 “화재 열기 때문에 우리 집 도어락도 작동하지 않아 딸과 손주가 한 시간 넘게 안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옆 동에 사는 70대 남성은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퍽퍽’ 소리가 나서 창밖을 보니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전했다. 옆 동 주민들까지 포함해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다.
화재가 발생한 14층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98년 준공됐으며, 당시 규정에 따라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에 지어진 전국 공동주택 단지 4만4208곳 중 65%에 해당하는 2만8820곳에는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다. 2004년 이후로는 11층 이상 아파트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소방 당국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