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엄청나게 널린 잡초인데... 알고 보니 밥에 넣어 먹는 곡식이었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친구와 함께 강아지풀로 서로를 간지럽히며 뛰놀았던 추억이 누군가에겐 있을 것이다. 보송보송한 털 같은 이삭이 강아지 꼬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의 강아지풀. 우리에게는 단순한 잡초로만 여겨지는 이 식물이 사실 우리 조상들의 중요한 구황식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길가나 들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 과거에는 쌀 대신 또는 쌀과 함께 섞어 먹는 소중한 곡식 역할을 했다.

강아지풀은 벼과 강아지풀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개꼬리풀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구미초·낭미초(狼尾草)·낭유(狼蝣)라고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줄기는 20∼70cm로 뭉쳐나고 가지를 치며 털이 없고 마디가 다소 길다. 잎의 길이는 5∼20cm, 너비 5∼20mm로 밑부분은 잎집이 되며, 가장자리에 잎혀와 줄로 돋은 털이 있다. 꽃은 7~8월 한여름에 피고 원주형의 꽃이삭을 형성한다.

예전에 흉년이 들었을 땐 구황식물로 강아지풀 씨를 식용했다. 구황식물이란 흉년이나 재해로 인해 식량이 부족할 때 대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말한다.

강아지풀 씨앗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씨앗을 채취해 깨끗하게 씻은 후 쌀과 함께 섞어서 밥을 짓는 것이다. 강아지풀 씨앗을 쌀에 10~20% 정도 섞어 넣으면 영양가 있는 잡곡밥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씨앗만을 이용해 죽을 끓여 먹을 수도 있다. 씨앗을 충분히 불린 후 물을 넣고 오랫동안 끓이면 구수한 맛의 죽이 완성된다.

강아지풀의 약용 효능도 주목할 만하다. 청열, 거습, 소종, 이뇨, 창독, 오랜 시력감퇴, 타박상, 반상출혈, 종기, 촌충구제용, 악창, 옴, 버짐, 부종, 얼굴의 피부병, 사마귀, 적안홍종[눈이 충혈된 것]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눈의 충혈, 종기, 악창, 옴, 버짐 등의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강아지풀은 청열 작용이 뛰어나 몸의 열을 내리는 데 사용됐다. 거습 효능으로 인해 몸속의 불필요한 습기를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되며, 소종 작용으로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다. 이뇨 작용을 통해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시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피부 질환 치료에도 널리 사용됐다. 특히 악창이나 옴, 버짐 등의 피부병에 강아지풀을 우린 물로 씻거나 달인 물을 마시는 방법이 활용됐다. 타박상이나 반상출혈 등 외상에도 효과가 있어 상처 치료에도 사용됐다. 또한 촌충 구제에도 효능이 있어 기생충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됐다.

약으로 쓸 때는 주로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강아지풀 전초를 깨끗하게 씻어 말린 후 물에 우려내어 차처럼 마시거나 진하게 달여서 환부에 바르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강아지풀 씨앗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각종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영양가가 높은 편이다. 다만 현대인들에게는 생소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강아지풀을 식용으로 활용할 때는 반드시 깨끗한 곳에서 자란 것을 채취해야 하며, 충분히 씻어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처음 섭취할 때는 소량부터 시작해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 단순한 잡초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유용한 식물이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다가온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했던 구황식물이자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용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 풀. 이런 사실을 안다면 길가에서 마주치는 이 작은 식물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