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서 무더기로 발견… 무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한국의 멸종위기종
2025-08-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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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뒤 ‘죽음의 땅’으로 바뀐 멸종위기종 서식지
표범장지뱀은 한반도 고유종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도마뱀목 장지뱀과의 도마뱀이다. 몸길이는 성체 기준 15~20cm 정도다. 표범의 반점과 유사한 검은 점무늬가 등 부위에 선명하게 나타나 표범장지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표범장지뱀은 건조한 초원지대와 강변의 모래톱, 자갈밭을 주요 서식지로 한다. 특히 낙동강, 금강, 한강 등 대형 하천 주변의 충적평야와 강변 모래톱에서 주로 발견된다. 표범장지뱀은 지중해성 기후대에 적응한 종으로, 겨울철에는 땅속 깊이 들어가 동면하고 4월부터 10월까지 활동한다.

번식기는 5~7월. 암컷은 모래나 부드러운 흙에 구멍을 파고 3~8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 기간은 약 45~60일이다. 새끼는 부화 직후부터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새끼 표범장지뱀의 꼬리는 푸른빛을 띤다. 천적으로부터 몸통을 보호하기 위한 적응 특성으로 해석된다. 성장하면서 이 푸른색은 점차 사라진다.
먹이는 주로 곤충류, 거미류, 작은 갑각류 등이다. 특히 메뚜기, 개미, 파리, 딱정벌레 유충 등을 선호한다. 작은 달팽이나 지렁이도 먹는다. 활동 시간은 주로 오전과 오후 시간대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C)'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에서는 서식지 파괴와 개체 수 감소로 인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국내 분포지는 경북 구미, 경남 창녕, 충남 부여, 전북 익산 등 주요 강변 지역에 국한돼 있다. 전체 개체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표범장지뱀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서식지 훼손이다. 하천 정비 사업, 농지 개간, 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자연 상태의 강변 모래톱과 초원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 패턴 변화도 이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해평 습지는 표범장지뱀의 국내 최대 내륙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낙동강 본류 옆으로 펼쳐진 이곳에서는 구불진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잽싸게 뛰어가는 표범장지뱀을 목격할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넓은 모래톱과 강 한가운데 있는 섬이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당시 강에서 퍼낸 흙으로 일대를 덮는 개발이 진행됐다. 이후 자전거 길이 닦였고 최근엔 파크골프장까지 들어섰다.
주변 배수로를 살펴본 결과 기어오를 수 없는 깊은 벽에 갇혀 말라 죽은 것으로 보이는 표범장지뱀의 사체가 발견됐다. 수십 마리의 개미가 살점을 뜯고 있는 상태였다.
구교성 한국환경지리연구소 박사는 죽은 개체에 대해 (꼬리가) 푸르스름하면 올해 태어난 게 맞다. 지금 딱 요만한 애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라면서 "피부도 일부 남아 있는 걸 보면 최근에 빠져서 아마 죽은 거 아닌가 이렇게 좀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매체는 주차장을 오가는 차량에 표범장지뱀이 치이는 위협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면서 파크골프장 옆 도로에선 바퀴에 수차례 깔린 것으로 보이는 사체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자전거 도로에서도 로드킬을 당한 개체가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구 박사는 "좀 믿기가 어려웠다. 원래 살던 곳에 사람들의 어떤 구조물들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차량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로드킬이) 생겼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와 보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