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 사망자 1명당 팔레스타인 50명 죽여야” 발언 일파만파

2025-08-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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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 장성의 충격적인 가자전쟁 발언

가자 지구. / 연합뉴스TV 유튜브
가자 지구. / 연합뉴스TV 유튜브

이스라엘의 전 최고위급 군 장성이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자국민 사망자 1명당 팔레스타인인 50명을 죽여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중동 지역 여러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지난 15일 밤 주요 뉴스 프로그램 '울판 시시(Ulpan Shishi)'에서 아하론 할리바 전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소장)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할리바는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 당시 이스라엘군 정보부대를 지휘한 인물이다.

공개된 녹취에서 할리바는 "가자지구에서 이미 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하고 요구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3년 10월 7일에 일어난 모든 일, 10월 7일의 모든 사람에 대해 (이스라엘 사망자 1명당) 팔레스타인인 50명이 죽어야 한다. 지금은 어린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할리바는 또한 "그들은 때때로 나크바를 겪어봐야 그 대가를 느낄 수 있다"고 발언했다.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팔레스타인인 약 70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난 일을 가리킨다. 아랍어로 '재앙'이나 '대참사'를 의미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매년 5월 15일을 나크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번 녹취는 할리바가 몇 달 전 누군가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 대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12는 녹취파일의 정확한 입수 경로나 할리바가 누구와 대화했는지, 언제 녹음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 녹취가 최근 몇 달 내에 이뤄진 대화라고만 밝혔다.

할리바의 발언은 가자 전쟁 이후 대규모 민간인 사망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계획된 결과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 주민 사망자는 지난 5월 5만명을 넘어선 이후 최근에는 6만명을 초과했다. 이 중 상당수가 여성과 아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바는 이스라엘군 정보 부문의 최고책임자였지만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정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4월 사임했다. 하마스는 당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고, 이스라엘 측은 약 12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녹취에는 할리바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보기관 신베트(Shin Bet)도 2023년 10월 7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정보 실패를 넘어선 더 깊은 차원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량 살상을 정당화하는 할리바의 극단적인 발언에 대해 가디언은 이스라엘 주류 언론들이 헤드라인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신 이들 매체는 할리바가 네타냐후 총리와 정부를 비판한 내용에 주로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가자 전쟁을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와 외부의 시각차가 얼마나 극명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민간인 살상을 정당화하는 발언이 큰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첼렘(B'Tselem)은 할리바의 발언에 대해 "대량 팔레스타인인 사망을 공개적으로 정당화한 것“이라며 ”의도적인 집단학살 정책의 일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첼렘은 이런 류의 발언들이 이스라엘 군부와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할리바의 이번 발언은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 수사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CC는 이미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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