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입지전적 여성이 주미대사 됐다
2025-08-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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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외신인터뷰에 깊은 인상”

이재명 정부의 첫 주미 대사로 강경화(70) 전 외교부 장관이 내정됐다. 첫 주일 대사에는 이혁(67) 전 주베트남 대사가 기용됐다. 각각 23일과 25일로 예정된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출범 후 두 달 이상 공석이었던 4강 대사 인선이 가시화된 것이다.
19일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강 전 장관과 이 전 대사를 각각 주미 대사, 주일 대사로 내정하고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이 각국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하고 상대국이 수락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는 미국과 아시아의 이해 증진을 위해 설립된 싱크탱크다.
강 전 장관은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헌정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KBS 영어방송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역하면서 외교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공직에는 19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 특채로 발탁돼 장관 보좌관 등을 지냈다. 이후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공사 등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외교부 국제기구정책관을 맡았는데,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여성이 본부 국장을 한 건 처음이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CNN, BBC 등 외신과 잇따라 인터뷰하며 계엄을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강 전 장관의 외신 인터뷰를 보고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이 외교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외교부 1·2차관과 주유엔 대사를 지냈던 조현 현 외교부 장관이 이 대통령과 강 전 장관 사이를 연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장관과 강 전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동문이다.
주일 대사에 내정된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시 동기(13회)다. 1980년 외교부에 입부해 주일본 공사, 외교부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낸 대표적 ‘일본통’이다.
이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 순방을 앞두고 양국 대사가 내정되면서 중국, 러시아 등 4강 대사 인선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