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두고 알바·택배로 돈 벌고 있는 사람들이 올린 찐후기들

2025-10-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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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보다 자유 택했다”…정규직 때려치운 그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정규직이라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던 직장인 김모(34) 씨는 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 씨는 "수입은 줄었지만 불합리한 보고 체계와 밤샘 야근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사무직'을 내려놓고 알바나 플랫폼 노동, 택시 기사 등 비교적 자율성이 크고 유연한 근로시간이 가능한 직종으로 옮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배경엔 과도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찐 경험담이 주목받고 있다.

누리꾼 A가 첨부한 탑승형 냉장 카트인 '야쿠르트 코코'.  / 에펨코리아
누리꾼 A가 첨부한 탑승형 냉장 카트인 '야쿠르트 코코'. / 에펨코리아

누리꾼 A는 "회사는 다시 들어가기 싫고 프리랜서 하면서 고정 수입 + 활동적인 일이 필요해 야쿠르트 매니저에 뛰어들었는데 첫 달에 든 생각이 '이렇게 스트레스 안 받고 돈을 벌 수 있다고?'였다"며 "지금은 좀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누리꾼 B는 "식당에서 6년째 일하는데 콜센터에서 6개월 일하면서 앓은 위염, 장염, 대상포진, 아침마다 우는 병이 완치됐다"고 맞장구쳤다.

누리꾼 C는 "석사 받자마자 회사도 떄려치고 스타벅스 들어가 일한 3년이 모든 직장 생활 중 가장 행복하고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분주히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분주히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쿠팡맨으로 일한다는 D 씨는 "지난 세월 나는 덧없는 웃음을 매일 지어왔다. 감사하지 않은데 감사하고 죄송하지 않은데 죄송하고, 밝은 인상과 소울 톤의 목소리로 밥벌이를 해왔다"고 반추했다.

그러면서 "쿠팡 일은 8시간 동안 '죄송타임', '감사타임'이 없다. 이 일을 하면서 하루에 1번도 웃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강요당해 왔던 가짜 자아가 휴식할 틈이 생긴다"며 "종일 무표정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이 일이 큰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일 마치고 집에 갈 때 내 머릿속 '업무' 폴더가 깨끗하게 비어 있어 좋다"며 "실적, 보고, 전략, 분석, 계획, 이런 단어들이 내 생활에 없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D 씨의 진솔한 자기 고백에 누리꾼 E는 "예전에 대기업 임원 그만두고 택시 모시는 분 만났는데 '하루 일 끝나고 집에 가 누우면 아무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망치로 머리 맞는 느낌이었다"고 기억을 얹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떠나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안정 노동 인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 불평등과 고용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노동 시장 전체의 구조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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