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종인데…초등학교 하천서 족대질하자 떼로 건져 올라온 ‘물고기’ 정체

2025-08-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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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마차초등학교 내 하천서 잡힌 한국 고유종

강원도 영월의 한 초등학교가 최근 생태학적 호기심의 무대가 됐다. 교내를 가로지르는 맑은 하천에서 진행된 탐사 활동에서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들이 무더기로 잡히며 학생들과 학부모,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해당 장면은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이 공개한 영상 ‘이런 학교는 진짜 처음봅니다ㄷㄷ 학교 안에 흐르는 하천에서 족대질을 하면 뭐가 잡힐까?’를 통해 알려졌다.

초등학교 내 하천서 족대질하는 모습 / 유튜브 'TV생물도감'
초등학교 내 하천서 족대질하는 모습 / 유튜브 'TV생물도감'

영상 속 유튜버는 강원도 영월 마차초등학교를 찾았다. 그는 “바로 족대질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겉으로는 평범한 시골 초등학교처럼 보이지만, 교내를 감싸 흐르는 맑은 하천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꿈속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 앞을 흐르는 물줄기는 일반 계곡수가 아닌 용천수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맑은 샘물은 연중 일정한 수량과 수온을 유지해, 겨울에도 얼지 않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수질 조건은 토종 어류에게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첫 족대질에서 등장한 어종은 버들치였다. 맑고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버들치는 계곡 상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 토종 민물고기다. 유튜버는 “굉장히 익숙한 물고기”라며 “이 학교 학생들이 이런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전했다. 뒤이어 수서곤충인 게아재비까지 잡히자 “정말 좋은 학교”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륙종개 발견 장면 / 유튜브 'TV생물도감'
대륙종개 발견 장면 / 유튜브 'TV생물도감'

탐사는 이어졌다. 미꾸라지를 닮았지만 화려한 무늬를 지닌 대륙종개가 확인됐다. 이어 교내 다리 아래 설치한 어포기에서는 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인 금강모치가 다수 잡힌 것이다. 금강모치는 한국 고유종으로, 맑고 차가운 심산 유곡의 계류에 서식한다. 몸길이가 길고 납작하며, 번식기 수컷은 체측 중앙에 두 줄의 주황색 띠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또한 등지느러미 기부 위의 검은 반점이 뚜렷해 버들치와 확연히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금강모치가 지극히 청정한 수계에서만 서식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교내 하천의 수질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종인 셈이다.

버들치 발견 장면 / 유튜브 'TV생물도감'
버들치 발견 장면 / 유튜브 'TV생물도감'

유튜버는 “탐사 결과 맑고 차가운 물을 선호하는 어종들이 주로 확인됐다”며 버들치, 금강모치, 대륙종개 등을 꼽았다. 또 “하천의 구조와 환경을 고려할 때 연준모치까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준모치 역시 한국 고유종으로, 금강모치와 마찬가지로 수질이 뛰어난 계곡에 주로 서식한다.

해당 영상은 공개 직후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학교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축복받은 환경에서 공부한다”, “학교 앞은 물고기, 뒤는 곤충이라니 부럽다”, “이 학교 뭐야?”, “아예 전학 가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어떤 시청자는 “학교 앞 하천에서 수달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고, 다른 이는 “20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송어 천지였다”며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유튜브, TV생물도감

이번 사례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물고기 잡기’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가 학교 교내 하천에서 다수 발견됐다는 사실은 지역 생태계의 보전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용천수가 흐르는 천혜의 환경 덕분에 토종 어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고, 이는 곧 학생들에게는 살아 있는 생태 교육장이 된다.

한국은 지형적으로 산지가 많고 짧은 하천 구조를 지녀 다양한 고유종 민물고기가 진화해왔다. 금강모치와 버들치처럼 대부분 한반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어종은 학술적 가치뿐 아니라 생태계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하천 정비, 오염, 외래종 유입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교내 하천에서 고유종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사실은 더욱 뜻깊다.

결과물 공개 / 유튜브 'TV생물도감'
결과물 공개 / 유튜브 'TV생물도감'

자연과 맞닿은 교실, 교과서가 아닌 실제 하천에서 이뤄지는 수업. 마차초등학교의 특별한 풍경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과 경탄을 동시에 안겼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적 자산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한국 고유종 물고기들이 전하는 이 작은 메시지가 교육과 환경 보전의 접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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