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찌개, 반찬에 다 쓰이는데…물가 고공행진 중이라는 ‘국민 식재료’
2025-08-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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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는 남아도는 모순적인 상황 일어나
찌개와 반찬에 빠지지 않는 국민 식재료가 요즘 장바구니 물가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 원재료인 콩은 남아도는데, 두부 값은 오히려 더 비싸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 마트에서 두부 한 모를 사려면 수입 콩 두부도 3천 원이 넘고, 국산 콩 두부는 5천 원 안팎을 줘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내에서 생산된 콩이 남아돌고 있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은 오르는데 원재료는 쌓여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에 가면 큰 모판에 담긴 두부를 칼로 잘라 한 모에 500원, 조금 더 커도 1천 원 남짓에 팔던 풍경이 흔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일부 시장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팔았지만, 대형마트가 생활권을 장악하고, 위생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런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두부 가격은 몇 배나 뛰었지만, 정작 콩은 정부 정책에 따라 대량 재배돼 공급이 과잉된 상태다.
정부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단백질 수요가 늘자 벼 대신 콩을 심도록 장려했다. 2023년부터 콩을 전략 작물로 지정해 논에 콩을 심으면 헥타르당 200만 원의 직불금을 지급하면서 재배 면적이 급격히 늘었다. 올해 논콩 재배 면적은 3만 2920헥타르로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물량이 시장에 직접 풀리지는 않았다. 대부분 정부가 농가의 손실을 막기 위해 사들여 비축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산 콩 소비를 늘리겠다며 수입 물량을 줄여, 수입 콩 가격마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정부의 콩 비축량은 8만 8천 톤으로 전년 대비 80% 가까이 늘었다. 일부 물량을 풀고 있지만 여전히 8만 톤대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매입 여력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다시 재배를 줄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산 콩 두부 가격이 비싼 이유는 원가 차이 때문이다. 국산 콩 도매가는 40kg당 23만 원대, 1kg으로 환산하면 약 5천 원이다. 반면 수입 콩은 1kg당 1,400원 수준이다. 정부 비축분을 싸게 풀어도 1kg당 3천 원 정도로 여전히 두 배 이상 비싸다.
국산 콩 원료를 쓰려면 영세 두부 공장들은 설비 검증과 포장지 변경 등 절차도 다시 거쳐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산 콩을 쉽게 쓰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논콩 전량 수매 정책을 폐지하고 국산 콩 소비를 늘리기 위한 홍보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입 콩 재고가 10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어 두부 가격 하락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결국 콩은 쌓여 있는데 두부 가격은 계속 높은 채로 유지되는 모순적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