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주사' 맞은 29세 산모 사망…국과수 소견 충격적
2025-08-20 14:59
add remove print link
무통 주사의 위험: 의료진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20대 산모가 분만 중 무통 주사를 맞았다가 사망했다.
지난 6월 대전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29세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던 중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모는 유도 분만 중 무통 주사를 맞은 지 약 10분 만에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즉시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지만, 산모는 수술 내내 호흡이 회복되지 않아 119를 통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3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산모는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판정됐다.

유족은 당시 주사를 직접 놓은 담당 원장이 마취과 전문의가 아니었다며 주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모의 MRI 판독 사진에서는 무통 주사에 사용되는 카테터가 정상 위치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카테터가 경막 안으로 깊이 들어가 척추마취가 이뤄지면서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견을 냈다. 유족 측의 주장과 국과수 결과는 대체로 일치한다.
병원 측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무통 주사를 놓는 것은 의료법상 문제가 없으며, 주말이어서 마취과 전문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실이 확인된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과실이 없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경찰은 다음 주 해당 담당 의사를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 '무통 천국'이라 불리는 무통 주사, 전혀 문제가 없을까?
분만 시 사용되는 무통 주사의 공식 명칭은 경막외마취(epidural anesthesia)다. 출산할 때 고통을 다소 완화시켜 준다고 알려져 '무통 천국'이라는 비유로도 불린다.
무통 주사는 산모가 진통을 느낄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척추 주변 경막 외 공간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주사로 투여되는 마취제는 주로 국소마취제와 진통제가 혼합되어 있어 하체의 통증을 경감시키지만, 산모는 의식과 운동 기능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다.
무통 주사는 자연분만을 하면서도 통증 부담을 크게 낮춰 출산 경험을 비교적 편안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주사를 맞기 전 산모의 혈압과 전신 상태를 점검하고, 출산 과정 중 지속적으로 활력징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카테터를 삽입할 때는 정확한 위치에 주사관이 들어가야 하며, 너무 깊거나 잘못된 위치로 들어갈 경우 척수나 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전문 의료인의 시술이 권장된다. 특히 주말이나 야간처럼 마취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충분한 경험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가 시술하더라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통 주사와 관련된 부작용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저혈압, 가려움, 배뇨 곤란, 두통, 일시적인 하체 무감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는 척추 내로 약물이 깊이 들어가 척추마취가 되거나 과도한 마취로 인해 호흡 곤란, 심정지, 저산소성 뇌 손상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신속한 응급 조치와 적절한 모니터링으로 예방과 관리가 가능하지만, 시술 과정에서 작은 실수나 위치 오차만으로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사례처럼 산모가 무통주사 후 호흡 곤란이나 의식 상실을 보이는 경우, 즉시 응급 수술과 산소 공급, 심폐 소생술 등 긴급 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가족과 의료진 모두에게 정신적 부담이 큰 상황이므로, 무통주사 시 충분한 설명과 동의 과정을 거치고, 모든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무통주사는 분만 통증을 효과적으로 줄여 산모의 출산 경험을 개선하는 안전한 방법이지만, 시술 과정에서 작은 오류나 예기치 않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항상 주의 깊은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의료진은 산모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