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면 국내에서 완전히 끝…한라산 절벽에서 위태롭게 사는 '멸종위기종'

2025-08-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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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백록담 분화구 절벽에서 자생

지난 15일 오전,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분화구 절벽에 자생하는 한라솜다리가 꽃을 활짝 피운 모습이 확인됐다.

제주 한라산 영실 탐방로 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록담 화구호와 윗세오름 주변 오름군락 / 연합뉴스
제주 한라산 영실 탐방로 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록담 화구호와 윗세오름 주변 오름군락 / 연합뉴스

뉴시스의 취재에 따르면 자생지 반경 1미터 이내에서 꽃을 피운 개체 12개가 관찰됐다. 이 지역은 한라솜다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개체들이 사라질 경우, 한라솜다리는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하게 된다.

한라솜다리는 멸종위기 식물로 분류된다. 빙하기 동안 남하해 번식한 뒤, 간빙기에 섬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한라산의 한랭한 고지대로 이동하며 생존에 적응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한라산에 정착한 것으로, ‘유존종’으로 해석된다.

한라솜다리는 국화과 솜다리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만 자라는 한국의 고유종이다. 야생에서 약 100여 개체만이 남아 있어 멸종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식물이다. 기후 온난화, 저지대 식물의 고산 지대 확산, 토양 침식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현재 환경부는 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해 보호 중이다.

솜다리속 식물은 주로 동아시아 고산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약 35~40여 종이 있다. 그중 대부분이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하고 있고, 한국에는 4종이 자생한다. 한라산의 한라솜다리 외에도 설악산의 산솜다리(L. leiolepis), 백두대간의 솜다리(L. coreanum), 낮은 산에 분포하는 들떡쑥(L. leontopodioides)가 있다.

솜다리과 식물 / photoPOU-shutterstock.com
솜다리과 식물 / photoPOU-shutterstock.com

한라솜다리는 키가 약 10cm 정도로 솜다리류 중에서 특히 작으며, 여러 개의 줄기가 함께 자란다. 꽃이 피는 유화경과 잎만 달리는 무화경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꽃은 줄기 끝에 모여 달리는 머리모양화서로, 7~8월 사이에 개화하며 8월 말부터는 갓털이 달린 타원형 열매가 맺힌다.

이 식물은 오스트리아 식물학자 하인리히 폰 헨델-마제티가 처음 학계에 소개했다. 기존 솜다리류와는 크기와 잎의 형태에서 차이가 있어 별개의 종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한라산의 특수한 환경에 적응 중인 동일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의 솜다리류는 형태가 유사해 구분이 쉽지 않고,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라솜다리는 바람이나 동물에 의해 멀리 퍼지기 어려운 씨앗 구조를 갖고 있어, 분포가 매우 제한적이다. 빙하기 동안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한반도 주변이 육지로 연결되었고, 이 시기에 식물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됐다. 한라솜다리도 이 시기를 거쳐 한라산에 정착했으며, 이후 고립된 환경에 적응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구름떡쑥, 한라구절초 등도 이와 같은 경로를 따라 정착한 식물들이다.

한라산 정상부 암벽 지역에 분포하는 한라솜다리는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화, 조릿대와 같은 식물의 확산, 토양 침식 등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미래에는 한라솜다리를 자연 상태에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는 법적 보호 외에도 유전적으로 건강한 개체를 선별해 증식하고 복원하는 실질적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 솜다리류는 유럽에서 약용, 정원 식물, 화장품 원료 등으로 활용되고 있어 자원으로서의 가치 또한 높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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