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보물, 엘사... 자녀 이름을 이상하게 지은 이유, 눈물 나는 사연 있었다
2025-08-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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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눈물 나는 사연 있었다
이러한 이름들이 통계에 잡히는 이유는 법적인 사망신고 절차 때문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신 28주 이상 된 태아가 사망했을 경우 반드시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를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채 병원에서 발급된 사산증을 들고 동사무소 창구에 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아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이에게 이름을 정해주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는 긴 임신 기간 동안 애정을 담아 불러온 태명을 적어 넣는다. 그렇게 해서 ‘토끼’, ‘보물’, ‘튼튼’ 같은 이름들이 통계 속 실제 사람의 이름처럼 기록된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아이가 세상에 남기는 첫 기록이자 마지막 기록이 사망신고다. 부모에게는 가혹한 순간이다. 병원에서 산부인과 간호사가 “사망신고를 하셔야 합니다”라고 안내하면 부모는 그제야 태명만을 붙잡고 펜을 들어야 한다. 이름을 남기는 일조차 아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름 통계에는 이러한 태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누군가 호기심에 검색한 ‘이상한 이름’의 목록은 사실 부모의 눈물로 새겨진 기록이다. 이름 옆에 표시된 연도별 추이 그래프는 누군가의 짧은 생애와 동시에 끝난 시간을 의미한다.
많은 부모에게 태명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임신이 확인된 순간부터 아이와 교감하기 위한 다리이자, 태아와 부모 사이를 이어주는 사랑의 언어다. “토끼야, 잘 자라”, “튼튼하게 태어나렴”, “우리 보물이야” 같은 말들은 매일 밤마다 태아를 향해 건네는 속삭임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이 출생의 기쁨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차가운 서류 위 사망신고서에 적히는 순간, 부모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행정 절차는 부모의 마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법은 냉정하게도 ‘28주 이상’이라는 기준을 세운다. 생명은 숨을 쉬어보지 못했지만, 그 나이의 태아는 법적으로 ‘사망신고’의 대상이다. 출생신고 없이 사망신고만 남기는 아이들. 그들의 이름은 부모가 불러주던 태명이자, 가족관계등록부에 남는 유일한 흔적이다.
그 과정은 부모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 “아이 이름을 적어주세요”라는 공무원의 말 한마디는 이미 무너져 있던 마음을 다시 찢는다. 그 순간 부모는 눈물로 떨리는 손을 붙잡고 태명을 적는다. 기록에는 단 한 글자지만, 그 안에는 함께 꾸었던 미래, 준비했던 옷과 장난감, 설레며 고른 아기 이름책의 페이지들이 모두 무너져 내린다.
사람들은 통계 속에서 ‘토끼’나 ‘보물’이라는 이름을 보고 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름은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모든 희망이었고, 사랑의 표현이었다. 부모가 아이를 향해 수없이 불러줬던 이름이었으며, 이제는 더 이상 불릴 수 없는 이름이다.
그래프에 찍힌 선 하나, 숫자 하나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다. 태어나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생명들. 그들의 이름은 토끼였고, 보물이었고, 튼튼이었고, 엘사였다. 부모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불릴 그 이름들이 세상에는 사망신고서 한 장과 통계 데이터로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