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6개월 뒤부터 시행...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2025-08-24 11:38

add remove print link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교섭 가능... 정리해고 이유로 쟁의도 가능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뉴스1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뉴스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석 의원 186명 가운데 183명이 찬성하고 3명이 반대했다. 찬성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당 의원들이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제 악법’이라며 표결 자체를 거부했다. 개혁신당 의원 3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가 한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이었다. 이번에 다시 표결을 거쳐 통과되면서 법 시행을 앞두게 됐다. 법안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게 기업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데 있다. ‘노란봉투법’이란 별칭은 과거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릴 때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지원한 데서 비롯됐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치열했다. 전날 본회의에 상정된 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인 무제한 토론을 통해 의사진행을 지연하는 방법)를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은 토론을 끝내자는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9시 12분, 종결 표결이 실시됐고,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토론이 끝났다. 이어 법안 표결이 진행돼 노란봉투법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노조법 2조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혔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회사뿐 아니라 실제로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회사도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하청업체 근로자도 원청 회사와 단체교섭(노동자들이 모여 회사와 협상하는 절차)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원청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부 의제에 한해 가능하다.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결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결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노동조합’의 정의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가입한 단체는 노조로 보지 않았지만, 이번에 그 문구가 삭제됐다. 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예: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 기사 등)나 플랫폼 노동자(앱을 통해 일감을 받아 일하는 사람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와 회사가 집단적으로 갈등하는 분쟁인 노동쟁의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임금, 근로시간 등 직접적인 근로조건 문제에 한정됐지만, 이제는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처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도 포함된다. 또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명백히 어겼을 때도 노동쟁의 사유가 된다. 다만 공장 증설이나 해외 투자가 그 자체만으로 노동쟁이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노조법 3조는 손해배상 문제를 다뤘다. 그동안 노조가 파업이나 집회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노동자 개인에게 수억 원대 배상 책임이 지워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개정안은 단체교섭, 쟁의행위뿐 아니라 선전전, 피케팅(직장이나 거리에서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행위) 같은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배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했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맞서 불가피하게 손해를 끼친 경우’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했다. 다만 긴급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전혀 없을 때만 적용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국금속노조 유최안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의 손을 잡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결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국금속노조 유최안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의 손을 잡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가결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법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더라도 신원보증인(근로자의 신용을 대신 보증한 사람)에게까지 책임을 묻지는 않도록 했다. 또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기준도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정부는 시행 전까지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듣는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기업들이 제기하는 쟁점을 반영한 매뉴얼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 표결 직후 국회 본회의에는 이른바 ‘더 센’ 상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가 2조 원 이상인 기업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도 이사 선임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 역시 ‘기업 옥죄기’라며 반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상법 개정안은 25일 오전 본회의에서 토론을 마치고 표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 방송3법 등 5개 쟁점 법안을 놓고 이달 초부터 이어진 여야 간 필리버스터 대결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