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m 고산에 고립된 러 여성 구조 중단…구조대 숨지고 헬기 파손

2025-08-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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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악화와 악재로 열흘 만에 구조 중단

드론이 촬영한 나고비치나의 텐트. / 텔레그램 캡처
드론이 촬영한 나고비치나의 텐트. / 텔레그램 캡처

다리 골절로 해발 7000m 고산에 고립된 러시아 여성에 대한 수색 작업이 악천후로 열흘 만에 중단됐다.

23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러시아 등반가 나탈리아 나고비치나(47)는 지난 12일 키르기스스탄의 빅토리 봉에서 조난됐다.

빅토리 봉의 정상 높이는 해발 7439m로, 등반 중 다리를 다친 그는 7200m 지점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함께 등반하던 동료가 구조 요청을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 구조 작업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상 여건도 나빠졌다. 기온은 영하 23도 아래로 떨어졌고 강한 눈보라도 몰아쳤다.

구조 과정에서 이탈리아 등반가가 그에게 접근해 침낭과 텐트, 음식, 물 등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며 한때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헬기 이송 등 나고비치나를 구조하려던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설상가상으로 구조에 나선 이탈리아 등반가가 저산소증과 저체온증으로 숨지기까지 했다.

사고 지점에 접근하던 키르기스스탄 국방부의 헬리콥터가 파손돼 조종사 등 4명이 부상을 입는 악재도 따랐다.

등반 구조팀이 나고비치나가 있는 지점 1km 밑까지 접근하기도 했지만, 결국 혹한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를 끝으로 키르기스스탄 비상사태부는 구조 작업을 공식 중단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드론 영상에서 나고비치나가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됐지만, 당국은 현재 그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대장 드미트리 그레코프는 "그 고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며 "역사상 그 지점에서 구조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언론 '24'는 80명이 넘는 등반가가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나탈리아 나고비치나. / SNS
나탈리아 나고비치나. / SNS

나고비치나는 4년 전 남편과 함께 6995m 높이의 한텡그리(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국경 한복판에 놓인 산)에 오르다, 그를 잃은 적 있다.

당시 그의 남편 세르게이는 뇌졸중으로 마비 증상이 나타났지만, 나고비치나는 남편을 홀로 두고 내려오라는 구조대의 명령을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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