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향하는 전용 비행기서 기자들과 얘기하다가 한 말
2025-08-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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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 키워야 한다고 말한 이유, 어떻게 다 얘기하겠나“
간담회 길어져 참모가 그만하자며 만류하자 "계속 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배경에 대해 "그 얘기를 왜 꺼냈는지 어떻게 다 얘기를 하겠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해 불합리한 조건에도 응할 수밖에 없는 고민을 에둘러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는 "열심히 숨쉬기 운동이나, 숟가락 역기 운동 같은 것을 잘하고 있다"고 농담을 섞어 답했다. 이어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가끔 이빨이 흔들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제가 그 일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일본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약 50분간 취재진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며 이튿날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주요 현안을 차례로 점검했다.
취재진 질문은 대부분 한미정상회담에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자신이 펴낸 책인)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고 답했다.
그가 언급한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펴낸 ‘트럼프: 거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deal)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협상 전략이 담긴 베스트셀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에서 자신의 협상 전략에 대해 ▲판을 흔들어 자신의 스타일로 판을 새로 짜고 ▲크게 생각해 판도 크게 짜고 ▲다양한 지렛대를 만들어 판을 주도하고 ▲최고위층과의 담판을 통해 단번에 빅딜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그리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간담회 주제는 전날 열린 한일정상회담의 뒷얘기와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만찬에서 나온 이른바 '이시바식 카레'의 맛을 묻자 "카레 맛은 비공개하기로 하겠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한번 드셔보시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시바식 카레는 이 총리가 과거 방송에서 조리법을 소개해 화제가 된 요리다. 전날 도쿄 정상회담 직후 일본 측과의 만찬에서 안동 찜닭 등과 함께 메뉴에 올랐다.
북한이 정부의 유화책에도 거친 논평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북한을) 자연의 일부처럼 (생각한다)"며 "왜 이 강이 넓고 깊냐고 원망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우리는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간담회가 길어지자 일부 참모들이 만류했다. 이 대통령은 "계속하라. 어차피 (비행 시간이) 12시간인데, 아직 잠도 잘 안 오지 않나"라며 기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