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60대 총격범, 월 640만원 끊기자 “살려달라” 아들에게 추가 격발
2025-08-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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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끊기자 “지들끼리 짜고 나를 함정에” 망상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 A 씨(62)는 생활비 중복 지급이 끊기자 망상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아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상황에서도 총기를 추가로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주진우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살인,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 동안 전처와 아들 B 씨(33·사망)로부터 각각 매달 320만 원씩, 총 640만 원의 생활비를 중복해 받아왔다.
A 씨는 2015년 전처와 사실혼 관계가 끝난 이후에도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비와 유흥비를 전적으로 전처와 아들에게 의존해왔다. 이후 전처가 이중 지급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23년 11월 15일부터 중복 지급된 기간만큼의 지원을 끊었다.
생활비가 끊긴 이후에도 A 씨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고, 2024년 1월부터는 누나에게서 빌린 돈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전처가 자신을 속이고 경제적으로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는 망상에 빠졌고, 전처와 아들이 자신을 고립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지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한 거지"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A 씨는 1998년 성범죄 전력으로 이혼한 뒤에도 방탕한 생활을 이어왔고, 생계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전처와 아들에게 돌려왔다. 결국 그는 전처가 사랑하는 아들 B씨와 그의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범행 수단을 찾던 A 씨는 성인 남성인 아들을 상대로 칼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고, 2024년 8월 유튜브에서 사제총기 관련 영상을 시청한 뒤 범행을 구체화했다. 그는 20여 년 전 구입해 창고에 보관 중이던 산탄 약 180발을 떠올렸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제총기 제작 도구를 구매했다. 집에서는 뇌관을 이용해 격발 실험까지 진행하며 범행 가능성을 점검했다.
범행에 차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A 씨는 약 10년 만에 운전 연습을 세 차례 진행했고, 범행을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이어갔다. 사건 당일인 2024년 7월 20일 오후 8시 53분경, 자신의 생일파티 도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B 씨의 집을 나와 공영주차장에 있던 차량에서 총열 4정, 격발장치 2정, 산탄 실탄 약 15발을 챙겼다.

그는 현관문 앞에서 총기에 실탄을 장전한 뒤 초인종을 눌렀고, 문을 연 아들 B 씨에게 사제총기를 발사했다. B 씨가 벽에 기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그 자리에서 다시 오른쪽 가슴을 향해 사제총기를 쐈다.
A 씨는 이어 B 씨의 아내와 자녀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총 4명을 추가로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가정교사가 현관문을 통해 도망치자 그를 향해 총을 쐈고, 며느리와 손주가 숨은 방문이 잠기지 않게 밀어 여는 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불을 지르려는 계획도 세웠다. 전처와 아들의 물품을 없애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주진우 의원은 "현장 대응이 1시간 이상 지연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현장 지휘관의 권한과 책임 강화를 포함해 즉시 진입 기준의 명문화와 실전 훈련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