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들다…7년간 지하 갇혔다가 구조된 국내 멸종위기종 부부, 1년 만에 일냈다

2025-08-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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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 때부터 지하 사육장서 살아온 백사자 부부
전 세계 200마리밖에 없는 희귀한 멸종위기종

지난해 한 동물원 지하 사육장에 갇혀 있다가 7년 만에 구조된 멸종위기종 백사자 부부 사이에서 아기 사자 3남매가 탄생했다는 경사스러운 소식과 함께 걱정스러운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지난 25일 대구 스파밸리 네이처파크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시께 해당 테마파크에서 사육 중인 백사자 레아가 3마리의 사자 남매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백사자는 전 세계에 2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한 동물이다. 백사자는 색소세포 감소증 때문에 생기는데 야생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첫째인 수컷 사자는 1.6kg, 둘째 암컷 사자는 1kg, 셋째 암컷 사자는 저체중인 800g으로 측정됐다.

아기 백사자 /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제공
아기 백사자 /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제공

테마파크 측은 아기 사자들을 돌보는 전담 사육팀을 구성해 모니터링과 영양 공급 등 24시간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근배 네이처파크 사육팀장은 "현재 아기 사자 3마리 모두 인공 포육(새끼를 먹여 기름) 상태이며 태어난 이후부터 24시간 돌보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어미 사자가 새끼들을 낳은 뒤부터 전혀 돌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사육팀은 어떻게든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 포육중인 아기 백사자 /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제공
인공 포육중인 아기 백사자 /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제공

전 팀장은 "두 마리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나 셋째가 다른 녀석들의 절반 크기로 태어나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네이처파크 측은 아기 사자들의 생후 초기 안정적인 성장이 확인될 때까지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번에 아기 사자를 출산한 백사자 레오와 레아는 지난해 6월 대구 수성구의 A 테마파크 동물원 지하 사육장에서 구조됐다. 이후 네이처파크 야외 사육장으로 옮겨졌다. 나이는 올해 약 9살로 추정된다.

레오와 레아 부부는 2022년과 2023년 A 동물원에서 출산한 이력이 있으나 출산한 새끼들이 모두 폐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사히 출산에 성공해 의미가 크다.

네이처파크 관계자는 "아기 사자들이 성장한 뒤에는 동료 개체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사회성 회복 과정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며 "많은 분이 아기 사자들의 건강한 성장을 함께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17일 대구 수성구 A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백사자 한 쌍이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17일 대구 수성구 A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백사자 한 쌍이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레오와 레아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바깥세상과 단절한 채 지하 실내 사육장에 갇혀 7년간 살았다.

해당 동물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 등을 이유로 2023년 5월 영업을 중단한 이후 기니피그 사체와 동물 배설물을 방치한 점 등이 관계 기관 단속으로 드러나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받고 방치됐다.

당시 동물원 곳곳에는 떠나지 못한 동물들이 사육장에 남겨져 있었으며 원숭이들은 유리창에 다가서자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하이에나가 있던 사육장 내 철제 케이지는 오랜 기간 방치돼 철로 된 바닥이 삭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하이에나들의 건강 상태 역시 픽픽 쓰러질 정도로 안 좋았다.

대구 수성구 A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백사자가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 수성구 A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백사자가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레오와 레아는 사육장 안을 빙글빙글 돌며 한눈에 봐도 안 좋은 상태를 보였다. 그러다 지하 천장에 그려진 하늘 벽화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당시 해당 동물원의 동물들을 돌봤다는 전 사육사에 따르면 이들을 따로 부르는 이름도 없었을뿐더러 두 사자의 나이는 당시 8살 정도에 1살 때 해당 동물원에 왔다.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수성구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백사자가 야외 방사장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수성구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백사자가 야외 방사장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 연합뉴스

마침내 네이처파크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던 날, 레오와 레아는 지하 동물원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우렁찬 울음으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주춤거리던 모습도 잠시 이리저리 야외 방사장을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했다.

네이처파크의 사자 야외 방사장은 레오와 레아가 7년간 머물렀던 실내 사육장의 10배 이상 크기인 150평 규모다. 네이처파크는 A 동물원에서 280여 마리의 동물을 구조해 사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멸종위기종인 백사자가 야생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색소세포 감소증' 때문이다. 백사자는 일반 사자와 달리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색소세포)의 활성이 현저히 떨어져 털과 피부가 흰색 또는 아주 밝은 색을 띈다. 이 현상은 루시즘(leucism)이라 부르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결과로, 멜라닌의 완전 결핍인 알비니즘(백색증)과는 다르게 일부 색소만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백사자는 눈 색깔이 붉은 알비노 사자와 달리 일반 사자처럼 밝은 눈 색을 유지한다.

자연환경에서는 하얀색이 풀과 숲에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백사자는 사냥이나 포식자 회피에 큰 불리함을 겪는다. 특히 어릴 적엔 은폐와 방어가 어려워 쉽게 표적이 되어 생존율이 낮다. 또 햇빛에 약해 피부암 등 건강상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야생에서 살아남는 개체가 매우 적다 보니 대부분의 백사자가 동물원이나 보호구역에서만 관찰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백사자는 유전적 색소세포 감소증(Leucism)으로 인해 서식지에서 눈에 잘 띄면서도 건강상 불리함을 겪기 때문에 거의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보호받으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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