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수 52.2% 폭증 '1174만명'... 극장 흥행 폭발적 증가 이유는
2025-08-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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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작품 제작 가능한 토대 조성해야' 지적도

지난달 극장 매출액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할인쿠폰을 뿌려 응급수혈한 덕분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영화산업을 살리려면 양질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극장 매출액은 1147억원, 관객 수는 1174만명이다. 전월과 견줘 매출은 55.2%, 관객은 52.2%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0.5% 감소했지만 관객은 2.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국내 영화들이 지난달 말 집중 개봉하면서 한국영화 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공포 장르인 '노이즈'가 입소문을 타고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냈고, 북미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한 '킹 오브 킹스'와 인기 웹소설 원작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등이 관객을 끌어모았다.
7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전달 대비 48.2% 상승한 413억원, 관객 수는 47.9% 증가한 437만명을 기록했다. 다만 대부분 영화가 월말에 개봉한 탓에 전년 동월과 견주면 매출과 관객이 각각 22.6%, 22.3% 줄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연이은 출시로 외국영화 부문도 연중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달 외국영화 매출액은 734억원으로 전월 대비 59.4% 늘었고, 관객 수는 737만명으로 54.9% 상승했다. 전년 같은 달과 하면 매출과 관객이 각각 18.5%, 14.9% 증가했다. 'F1 더 무비'와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각각 매출 200억원, 관객 200만명을 넘겼다.
극장가에 훈풍이 돈 데는 정부 정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내수 활성화와 영화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6000원 영화관람 할인권 450만장을 배포했다.
할인권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배포 시작일인 25~31일 극장 일평균 매출액은 50억 5000만 원으로 배포 이전 대비 112% 이상 뛰었다. 관객 수도 일평균 52만명을 기록해 배포 전 24만 7000명에 비해 1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배포 6일째이자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86만명이 극장을 찾아 올해 일일 최다 관객 수를 경신했다. 같은 날 개봉한 '좀비딸'은 첫날 43만 명을 동원했다.
CGV 측은 할인쿠폰 사용자 분석 결과 10명 중 3명이 지난 1년간 영화관을 방문하지 않았던 고객이었다며서 극장에서 멀어진 관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할인쿠폰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영화산업의 근본적 회복을 위해서는 우수한 작품 제작을 위한 기반 마련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좋은 영화가 극장에 상영되면서 관객이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작 활성화를 통해 영화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현장 요구를 인식하고 있다. 최 장관은 14일 영화계 인사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자체 제작 콘텐츠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볼 만한 극장 영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 환경 변화를 고려한 다양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진 감독과 영화인 발굴·육성 노력도 콘텐츠 다양성 확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장 관계자들은 인재 양성을 위해 영화산업이 '도전할 만한 분야'로 인식되도록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며, 신인 감독 작품 상영 플랫폼 확대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차별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화면과 우수한 음향 시설, 3D나 4DX 같은 특수 효과를 통해 OTT 영화와 구별되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CGV는 스크린X, 메가박스는 돌비시네마, 롯데시네마는 수퍼플렉스·광음시네마 등 특별관 운영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들 특별관은 가정이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기술을 통해 콘텐츠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병헌·손예진 주연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복귀한 박찬욱 감독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극장 상영의 가치를 강조하며 "영화는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밤에 우는 새소리나 화면 구성의 작은 색채까지 공들여 만든다"며 "큰 스크린과 좋은 스피커, 어둡고 폐쇄된 환경에서 감상해야 제가 전달하려 했던 모든 것이 관객에게 닿을 수 있기 때문에 극장이 저에겐 우선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