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어온 제주 향토음식인데…이제는 보기 힘들 수도 있다

2025-08-26 11:22

add remove print link

기후 변화에 생육지 축소될 수 있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5일,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연안에서 모자반류의 생육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몸국 / Light Win-shutterstock.com
제주도의 몸국 / Light Win-shutterstock.com

모자반류는 바다숲을 형성하며 다양한 수산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해조류다. 국내에는 약 30여 종이 생육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서 식재료로도 활용돼 왔다.

특히 제주에서는 모자반이 전통 향토음식인 몸국의 핵심 재료로 쓰인다. 몸국은 삶은 돼지고기, 선지, 그리고 모자반을 함께 넣고 끓인 국으로, 잔칫상이나 제사상, 혹은 출산 후 산모에게 주는 보양식으로 전해져 왔다. 모자반은 국물에 해조류 특유의 감칠맛과 바다 향을 더해주며,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제주 지역에서는 몸국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가 담긴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어, 모자반의 생육지 변화는 단순한 생태학적 문제가 아닌 식문화의 지속성과도 연결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부산이나 경남 지역에서도 모자반은 ‘모재기’라 불리며, 해초무침이나 물메기탕 같은 겨울철 보양식에 주로 사용된다. 쫄깃한 식감과 시원한 맛 덕분에 지역 요리의 감칠맛을 결정짓는 재료로 평가된다.

제주도의 몸국 / bonchan-shutterstock.com
제주도의 몸국 / bonchan-shutterstock.com

이번 연구는 KIOST 제주연구소 열대·아열대연구센터 최선경, 고성길 박사 연구팀과 제주대학교 박상율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괭생이모자반, 큰열매모자반, 쌍발이모자반, 구슬모자반 등 4종에 대한 미래 분포 변화를 분석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연안 전역에 이들 4종이 고루 분포하고 있으나, 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할 경우 생육지가 점차 북상하면서 국내 연안에서의 분포 범위와 종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모자반의 잠재 생육지 가운데 47~61%만이 현재 해양보호구역 내에 포함돼 있는 상황으로, 생육지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OST는 모자반이 주요 수산자원의 서식지이자 먹이망의 일부로서 해양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생육지 축소는 단순히 생물 다양성 저하를 넘어서, 제주도와 같은 지역의 식문화, 나아가 해양 전통과 연결된 생활 양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해조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생물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흐름 속에서, 모자반 생육지를 보전하기 위한 해양보호구역 확대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