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에서 한 달이나 갇혀 있었는데도 신선도 그대로 유지한 '한국 과일'
2025-08-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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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출 성공으로 수출국 확대 계기 마련
4년 전 비슷한 사례…놀라운 한국 농업 기술
한국 과일이 수송 작업에만 33일이 걸렸는데도 당도 등 상태에 거의 변화가 없이 처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해외에 무사히 도착했다.

농촌진흥청은 온도와 공기 조성을 조절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 기술을 적용해 국산 멜론과 수박을 신선한 상태로 두바이에 시범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그 배경에는 CA 기술이 있었다. CA 기술은 산소 농도는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작물의 신선도와 저장기간을 크게 연장하는 첨단 저장 기술이다.
농진청은 이를 선박 수송에 적용해 2021년부터 다양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 멜론과 수박은 그간 우수한 품질을 자랑했지만 신선도 유지 기간이 다른 과일에 비해 비교적 짧은 탓에 선박으로 수송이 2주 이상 걸리는 국가에는 수출이 어려웠다.
이번 수출 규모는 머스크멜론 2.3t, 일반 수박 1.7t, 씨 없는 수박 1.2t 등 총 5.2t이다. 특히 수박은 중앙-지방 연구 협업의 하나로 전북도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작업부터 두바이 현지 개봉까지 33일이나 걸려 수송한 결과, 멜론은 그물 무늬와 줄기 신선도가 우수했고 처음보다 당도 변화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수출이 제한적이던 멜론과 수박을 배로 30일 이상 걸리는 두바이까지 성공적으로 수출해 수출국 확대 계기를 마련한 데 의미가 크다.

임종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장은 "이번 두바이 시범 수출은 멜론·수박처럼 무겁고 부피가 큰 열매채소류도 항공이 아닌 배로 장거리 운송이 가능함을 입증한 사례"라며 "수송편을 항공에서 선박으로 대체하면 약 27%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한국의 놀라운 농업 기술
앞서 농진청은 4년 전 한국산 블루베리를 해외로 선박 운송할 때 신선도 유지 기간을 기존 3주에서 4주 이상으로 연장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블루베리는 수확 시기가 장마기와 겹쳐 쉽게 물러지므로 국내 유통뿐 아니라 장기 선박 운송이 어려운 과일이다.
이에 농진청은 유황 패드 등을 활용한 블루베리 선박 수출 기술을 개발했으나 당시 수출 컨테이너의 수급 불안정과 코로나19로 항만 하역 작업이 지연되면서 3주 이상 장기 저장이 가능한 신선도 유지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결국 연구진은 물러짐, 탈색 등 선박 수출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요인을 고려해 수확 직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신선도 유지 기술을 적용했다.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수확 후 되도록 빨리 과일이 품은 온도(품온)를 낮추고 신선도 유지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농진청은 이를 고려해 이동식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염소 동시 복합 처리 장치를 활용한 것이다.
해당 기술은 수확 후 예비 냉장과 선별을 거친 블루베리를 동시복합처리가 가능한 장소로 옮기지 않고 생산지의 저온 탑차 안에서 바로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염소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작물의 호흡률을 신속하게 낮춰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수출국 말레이시아에 도착할 때까지 4주 넘는 기간 블루베리가 물러지거나 부패하지 않고 신선도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딸기, 참외, 복숭아 등 다른 과일도 수출 가능해질까
딸기, 참외, 복숭아는 수분 함량이 높고 쉽게 무르는 특성 때문에 장기간 선박을 통한 수출이 어려운 대표적인 과일로 꼽혀 왔다. 이들 과일은 수확 직후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부패 속도도 빨라 해외 시장 진출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CA(Controlled Atmosphere) 기술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딸기의 경우 기존에는 항공 수송에 의존해 높은 물류비용과 한정된 물량 문제를 피할 수 없었지만 CA 기술이 적용된다면 선박 수출도 가능해져 가격 경쟁력과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진다.
참외와 복숭아 역시 부패와 무름으로 인해 장거리 운송에 취약했으나 CA 저장을 통해 품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 시장까지 수출망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저장·유통 인프라와 함께 CA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국내 과일 산업의 수출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