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서 관상용으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귀한 약재'인 식물
2025-08-26 12:16
add remove print link
마당에 무조건 심었는데… 조상들이 '변비' 치료에 썼다는 의외의 식물

연천 임진강변 들판에 수만 그루의 댑싸리가 일제히 물들어가는 광경은 가을의 압권이다. 여름 내내 연둣빛을 띠던 이 수수한 풀이 가을이 되면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이 아름다운 관상식물이 실은 우리 조상들에게는 소중한 생활 동반자였다는 것이다.
댑싸리는 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분포한다. 최근에는 '코키아'라는 이름으로도 친숙하다. 높이 1~1.5m까지 자라며 줄기는 곧추서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피침형 또는 선형으로 길이 2~5cm, 폭 0.2~0.8cm 정도이며 가장자리가 매끈하다. 특히 잎맥이 3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인 7, 8월에는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1~3개씩 모여 피어 큰 원추꽃차례를 이룬다. 꽃자루는 없고 화피는 5갈래로 갈라진다. 수술은 5개이며 길게 밖으로 나오고, 꽃밥은 노란색이다. 암술대는 2갈래로 되어 있다. 꽃이 진 후에는 원반 모양의 열매가 맺히는데, 씨가 1개씩 들어 있고 열매를 둘러싼 화피 겉에 날개 모양의 돌기가 있어 독특한 모양을 보여준다.
댑싸리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은 바로 계절에 따른 색깔 변화다. 여름에는 연녹색을 띠다가 일교차가 커지는 10월이 되면 엽록소가 줄어들고 안토시아닌이 증가해 잎과 줄기가 맑은 분홍색과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물든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버닝 부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댑싸리는 관상식물로서 각광받고 있다. 에버랜드를 비롯한 각종 테마파크와 공원에서 가을 단풍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21년 개장한 연천 임진강 댑싸리 공원은 3만㎡ 규모에 2만2000여 그루의 댑싸리가 조성돼 장관을 이룬다. 황화코스모스, 백일홍, 천일홍, 메리골드 등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댑싸리의 가치는 단순히 관상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에게 댑싸리는 실용적이고 귀중한 식물이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댑싸리로 마당비를 만들어 사용했다. 줄기가 가볍고 빳빳해서 빗자루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집 앞마당이나 둘레에 일부러 심어 기르곤 했다.
식용으로서의 가치도 있다. 댑싸리의 어린 순은 봄철 귀한 나물이 됐다. 어린잎을 따서 쌀가루에 버무려 떡을 만들어 먹거나, 나물로 무쳐서 식탁에 올렸다. 특히 봄철 다른 채소가 부족할 때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소중한 식품이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댑싸리의 약용 가치다. 한방에서는 댑싸리의 씨앗을 '지부자'라고 부르며 중요한 약재로 사용해왔다. 지부자는 성질이 차갑고 맛이 써서 방광경에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된 효능은 방광경의 습열을 맑게 해서 소변을 통해 배출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약간의 통증과 화끈거리는 느낌이 있는 방광염 치료에 사용된다. 또한 아토피나 습진 같은 피부질환,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내복뿐만 아니라 외용으로도 활용하는데, 습진이 있으면서 가려움이 심할 때는 사상자와 함께 끓인 물로 세척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방광경과 연결돼 안과질환에도 응용된다. 눈에 영양분이 부족해 침침하거나 뻑뻑할 때, 그리고 노인의 시력감퇴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통 한의학의 견해다. 이는 방광경이 정명혈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민간에서는 여름에 풀 전체를 말려서 이뇨, 명목, 강장, 동통, 적리, 목통, 과실중독, 변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씨앗은 가을에 채취해서 말린 후 빻아서 사용한다.
현재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댑싸리는 키가 작고 가지가 더 많이 갈라지는 개량 품종이 주를 이룬다.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과 양지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잘 견디는 강인한 식물이다. 바닷가에서는 갯댑싸리라는 변종이 자생하기도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최근엔 조경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여름에는 연둣빛 풍성한 잎으로 시원함을 주고,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리가 쉽고 병충해에 강해 도시 공원이나 정원 조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