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탓입니다" 자식을 둘이나 죽인 아내를 선처해달라며 눈물 쏟은 남편
2025-08-2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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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 그 고통의 이면은?
생명을 앗아간 절망의 순간
자신이 낳은 쌍둥이 아기들을 살해한 여성이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씨(44)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마무리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쌍둥이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정은 복잡했다. A씨는 여러 차례 유산을 겪은 끝에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임신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26주 만에 600g도 되지 않는 초미숙아로 태어나 장기간 집중 치료가 필요했다. 부부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병원을 찾았고, 결국 아이들은 퇴원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통원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아이들이 영구적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A씨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남편의 폭언과 무관심, 심지어 폭행까지 이어지면서 심리적 압박은 더해졌다. A씨는 “아이들이 장애로 인해 차가운 시선을 받을까 두려웠다”며 “남편은 육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비난만 했다”고 법정에서 토로했다.
결국 A씨는 극심한 산후우울증과 스트레스 속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자수했다. 검찰은 “부모라 해도 아이들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며 “1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아이 돌봄을 함께할 다른 방법은 없었느냐, 교도소에서 아이들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피고인을 심문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아이들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며 울먹였다.
남편 B씨는 “아내에게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다. 아내의 우울증을 가볍게 여겼고 단 한 번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아내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며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선처를 요청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9월 16일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