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런 곳이 아직 있었나…수십 년 만에 주인 바뀐 ‘이곳'

2025-08-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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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방치됐던 판자촌, 마침내 소유권 이전 완료

강남 한복판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던 구룡마을이 마침내 보상 절차가 마무리됐다.

구룡마을 사진 / 연합뉴스
구룡마을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부지의 토지와 물건 소유권 취득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 약 2년에 걸친 보상 협의와 수용 절차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보상은 총 24만㎡에 달하는 토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약 16만㎡는 협의를 통해 계약이 이뤄졌고 나머지 8만㎡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재결 절차를 거쳤다. 수용재결은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금을 결정해 사업시행자가 강제로 토지나 물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유주가 보상금을 받지 않아도 법원에 공탁하면 그 시점부터 소유권이 이전된다. 지난해 7월 수용재결이 신청된 뒤 올해 2월부터 순차적으로 등기가 진행됐고 지난 8월까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비닐하우스와 간이공작물 등 물건에 대한 보상도 이뤄졌다. 총 1931건 가운데 소유자가 확인된 967건은 감정 평가와 협의를 거쳐 337건이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미협의 물건이나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도 수용재결 절차를 통해 지난 5월과 8월 각각 소유권 취득이 완료됐다. 결국 구룡마을 내 토지와 물건은 모두 SH로 넘어가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 셈이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제공

구룡마을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강남 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형성됐다.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만들어진 무허가 마을은 대치동 학원가와 고층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하며 오랫동안 강남의 화려한 풍경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재개발 논의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졌지만 주민 간 갈등과 행정 절차 지연으로 번번이 멈춰 섰다.

그 사이 마을은 각종 재해에 취약한 곳으로 남았다. 합판과 비닐, 스티로폼으로 지어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졌다. 주민들은 값싼 부직포 단열재 ‘떡솜’을 벽과 지붕에 덧대며 겨울을 버텼다. 그러나 이 재료는 불에 잘 타 화재 위험을 키웠다. 마을 곳곳에는 LPG통이 노출된 채 세워져 있었고 뒤엉킨 전선이 지붕 위를 가로질렀다. 빈집마다 연탄이 쌓여 있어 불씨만 튀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26차례였다. 지난해 1월 불은 4구역에서 시작해 5구역까지 번지며 60여 채를 태웠고 주민 500명이 긴급 대피했다. 2014년 화재로는 주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민들은 매 겨울마다 “올해도 불이 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살아왔다.

이에 소방당국은 구룡마을을 화재예방지구로 지정해 정기 순찰을 돌고 불량주택 조사를 이어왔다. 주민 대상 안전 지도와 합동훈련도 진행했지만 임시 조치일 뿐이었다.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재개발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시는 이런 배경 속에서 설계 공모를 열고 구체적인 개발안을 마련했다. 당선작으로는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과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안이 선정됐다. 이들은 구룡마을을 청년과 신혼부부, 노년층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자연 친화형 주거 단지로 그렸다. 공급 규모도 기존 3520세대에서 3800세대로 늘었고 신혼부부와 예비부부를 위한 ‘미리내집’ 주택 600세대 이상이 포함됐다.

조감도 / 서울시 제공
조감도 / 서울시 제공

단지 내부에는 공원과 녹지, 학교와 주민 편의시설이 조성된다. 초등학교 한 곳과 근린공원, 소공원이 계획돼 있고 의료와 연구시설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도심 속에 고립돼 있던 구역을 주변과 연결해 상생 마을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는 보상 절차를 마무리한 만큼 내년 하반기 공공주택 건설 공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준공은 2029년으로 계획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룡마을의 토지와 물건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면서 안전한 주거 환경을 마련할 기반이 생겼다”며 “남은 미이주 세대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해 이주를 지원하고 공공주택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룡 마을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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