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추석만 보고 버텼는데 가격 80% 폭락해 난리 난 '이 과일' 농가
2025-08-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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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수 기대했지만…지난해 저장한 물량 과한 탓에 가격 폭락
추석 특수를 한껏 기대하던 과일 농가가 뜻밖의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내보내려고 미리 저장했던 과일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광주일보에 따르면 나주배원예농협농산물공판장에서는 15kg 배(원황) 한 상자 기준 5만 5000원에서 6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한 상자에 최대 13만 원까지 거래되며 수익이 높았던 덕분에 이번에도 명절 특수를 노렸던 농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30년째 과일 도매상을 해 왔다는 채 씨는 "최근 배 15kg당 5~6만 원 수준으로 팔고 있다. 명절에는 보통 7~8만 원은 올라야 수익이 남는데 지금은 현상 유지가 되지 않아서 마진이 거의 없다"라고 털어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2024년산 배의 15kg당 도매가격은 3만 1597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16만 8763원과 비교하면 80% 넘게 폭락한 것이다. 그 전년도 가격인 4만 8000여 원에 비해서도 떨어진 셈이다. 평년 도매가격인 8만 844원에 비해서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농민들과 상인들은 올해 햇배가 출하되더라도 가격이 제대로 형성될 수나 있겠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매체는 이들이 "지난해 저장한 배 물량이 너무 많았다"라며 한목소리로 지적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배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폭등하자, 농민들이 비싸면 팔기 위해 배를 최대한 많이 저장했다가 가격 폭락을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일소 피해(과수에서 열과 햇볕 때문에 과일이 데이듯 상하는 현상)로 배 생산량이 줄자 일부 농가가 저장한 배를 비싸게 팔아 한 상자 가격이 15~20만 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일부 농가에서는 미처 팔지 못한 물량도 남아 있었던 데다가 햇배 출하 시기와 겹쳐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평년 전국 배 생산량은 19~20만t 안팎이지만 2023년에는 18.4t, 2023년 17.8t밖에 생산되지 않았다. 특히 2024년에는 폭염과 폭우가 연이어 발생하는 이상 기후로 일소 피해 등이 겹쳐 생산량이 급감했다.

정부의 '지정 출하제'도 문제 중 하나?
농민들은 정부의 '지정 출하제'도 가격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지정출하제는 뱃값의 안정화를 위해 민간 계약을 통해 정부가 일정 물량을 사전에 매입하고 확보해 가격 급등락 시기 시장에 공급하는 제도로, 배 가격 조절을 위해 올해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해 생산한 배 중 2500t을 저장해 둘 것을 APC에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4~7월 저장분을 모두 시장에 공급했다. 이와 관련해 농민들은 "정부가 지정출하제로 많은 양이 배를 시장에 풀면서 시세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생산된 저장 배 품질, 배 수요 저하도…
이밖에 2024년 생산된 저장 배의 품질이 안 좋은 점과 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점 등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배연합회 관계자는 "지정 출하제의 취지는 긍정적이었으나 시행 과정에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라며 "일부 농민들이 무리하게 배를 저장한 것이 가격 폭락을 자초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장 배는 1년 이상 보관하기 어려운데 아직 출하하지 않은 농가가 있어 가격 폭락이 심화됐다. 결국 일부 농가는 손해를 보고 버리거나 가공용(배즙 등)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도 "이상 기후로 지난해 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증한 데 따른 여파로 배 가격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정출하제는 사과에 대해서도 시행되고 있는데 사과는 큰 가격 변동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국 작황이 안 좋은 때의 배를 장기 저장하거나 판매 부진 등 여러 원인이 겹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배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