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난임 환자 10만 명 넘어…진단 받아도 숨기는 경우 많아

2025-08-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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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난임,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남성 난임 환자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남성 난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사 건수가 증가한 데다 만혼, 스트레스, 생활 습관 변화 등 현대인의 환경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성 난임 진단자는 10만8343명으로 2018년 7만8905명에 비해 약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 환자도 5만6117명에서 7만4654명으로 33% 늘었으며, 난임 관련 진료비는 2018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187억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난임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을 앓는 남성도 늘어났다. 뇌하수체 기능 저하로 진료받은 남성은 2018년 1만4469명에서 지난해 2만9356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음낭정맥류 환자도 같은 기간 1만2549명에서 1만7087명으로 늘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그러나 대체로 남성 난임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등이 난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는 “스트레스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 생식 기능을 저하시킨다. 술과 담배는 정자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진 것도 난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산차병원 비뇨의학과 김태진 교수는 “30대 중반이 되면 전립선 비대증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이 나타나면서 생식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출산율은 지난해 7월 반등한 이후 1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임기 부부가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의지가 늘어난 것도 난임 진단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성 난임 환자들은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끼면서도 이를 털어놓는 경우는 적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난임 상담에서 남성 비율은 12.3%에 불과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모임도 여성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센터 전명욱 소장은 “난임 판정을 받으면 남성성이 상실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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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 지원 역시 여성 난임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 남성 난임과 관련된 치료와 수술은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 여성의 보조생식술로 이어지지 않으면 난임부부시술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정자증 환자가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하는 수술을 받을 때 정자가 나오지 않으면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수술 현미경 사용료, 특수 재료비, 조직처리 및 검사비 등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환자가 최대 3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30대 남성 김모 씨는 “두 번은 정자를 얻었지만 시험관 시술에 실패했고, 세 번째 수술에서는 정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미 많은 돈을 쓴 상태에서 지원도 없어 경제적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요인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남성이 난임 문제를 논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난임 남성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문은미 연구원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남성 난임에 대한 지원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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