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해병대 사령관 휴대전화 복원했더니…“박정훈이 녹음했으면 어쩌지?”
2025-08-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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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외압의 비밀, VIP 격노 의혹의 중심에 선 김계환
통화 녹취로 드러난 충격적인 해병대 사건의 내막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군방첩사령부 간부와 통화하며 ‘VIP 격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우려한 정황이 확인됐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VIP 격노 의혹을 폭로하자, 김 전 사령관은 자신과의 대화가 녹음되지 않았을까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김 전 사령관이 수사 외압 초기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27일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공수처로부터 김 전 사령관과 해병대 파견 방첩사 소속 문모 대령 간의 2023년 8월 통화 녹취 파일을 확보했다. 이 통화는 공수처가 지난해 김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취에서 김 전 사령관은 문 대령에게 박 대령이 자신과의 대화를 녹음했을 가능성을 걱정하며 우려를 표했다. 문 대령은 “그런 것이 있었다면 박 대령이 진작 폭로했을 것”이라며 안심시키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사령관은 수사 외압의 시작점인 대통령의 격노 발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김 전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은 녹취에서 박 대령 외에도 다른 해병대원들이 VIP 격노 내용을 폭로할 가능성을 언급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 전 사령관은 문 대령과의 통화에서 친분이 있는 이모 전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이 관련 내용을 들었을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문 대령은 이를 차단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 전 실장은 최근 조사에서 외압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공수처와 특검은 김 전 사령관에게 녹취를 제시하며 격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추궁했으나, 김 전 사령관은 처음에는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대통령의 격노를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특검은 27일 박 대령을 네 번째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며, 이후 김 전 사령관을 다시 불러 모해위증 혐의 사건과 관련한 처분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