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지정 코앞 초비상...한국·중국·일본 다 찾는 '국민 수산물' 정체
2025-08-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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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귀해질 수 있다는 한국·중국·일본 대표 인기 보양식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이자 한국·중국·일본을 아우르는 인기 식재료인 민물장어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 지정 위기를 맞으면서 수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제거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은 물론, 식문화 전반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워싱턴 협약, CITES) 사무국은 현지시간 26일 민물장어를 비롯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수생생물 11종을 국제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잠정평가를 공개했다. 이 잠정평가는 오는 11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에서 최종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회의 결과에 따라 민물장어가 실제 규제 목록에 오를 경우, 전 세계 장어 산업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유럽연합(EU)은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유럽 뱀장어에 더해 일본 뱀장어 등 모든 장어류를 국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장어의 남획과 서식지 파괴, 그리고 국제거래 확대가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물장어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보양식의 대명사로 꼽히며 폭넓게 소비된다. 장어덮밥, 장어구이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겨 먹는 일본은 특히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자국 소비량의 70%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본은 규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자국 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뱀장어는 국제거래로 인한 멸종 우려가 없다”는 자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규제가 확정될 경우 수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민물장어는 치어 단계인 실뱀장어를 키워 양식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이 실뱀장어를 전량 자연 채집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국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물량의 약 80%는 해외에서 수입해 충당해 왔다. 만약 CITES가 실뱀장어를 국제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수입길이 막혀 국내 양식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부산시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시는 국립부경대, 해양수산 바이오 기업 ㈜닐스와 함께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글로벌 허브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민물장어 종자의 인공 부화 및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해 국내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은 민물장어 종자를 인공적으로 대량 부화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매년 자연산 실뱀장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 기업 닐스는 고농축 미네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민물장어 부화율을 4%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일반적으로 상업화 기준은 부화율 10%로 여겨진다. 일본은 이미 상업화 직전 단계까지 기술을 끌어올렸으며, 단가 절감을 위한 단계적 실험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부산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인공종자 대량생산 공동연구 및 기술개발 △순환여과시스템(RAS) 기반 친환경 양식 기술 실증·보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뱀장어 종자 생산기술을 조기 안정화해 부산을 세계적인 인공종자 기술 허브로 육성하고, 고부가가치 양식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도 민물장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CITES가 규제 목록을 확정하면, 각국 수출업자는 반드시 수출 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는 장어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이는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민물장어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라 동아시아 보양문화의 핵심 축을 이루는 식재료다. 그러나 국제적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소비자는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고, 업계는 종자 확보와 대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11월 우즈베키스탄 총회의 결정이 ‘국민 수산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물장어, 왜 보양식의 제왕일까?
1. 진한 풍미와 고소한 맛
민물장어는 살이 부드럽고 지방이 적당히 올라 있어 입안에서 녹듯 퍼지는 고소함이 특징이다. 불에 구웠을 때 나는 진한 향은 여름철 입맛을 잃은 사람들에게 강한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의 ‘가바야키(장어구이)’나 한국의 장어구이는 이 맛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조리법이다.

2. 탁월한 스태미나 식품
민물장어는 예로부터 ‘스태미나 음식’으로 불려왔다. 100g당 270kcal 내외의 높은 열량과 풍부한 단백질, 불포화지방산이 체력 보충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비타민 A·E, 오메가-3 지방산, 칼슘·인·철분 등이 풍부해 원기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3. 피로 회복과 피부 건강
장어에 함유된 비타민 A는 피로 회복과 시력 보호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 E는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 단백질과 미네랄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반적인 체력 보강은 물론, 여름철 무기력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4. 대표적인 보양식 레시피
장어구이: 가장 대중적인 조리법으로, 숯불 위에 올려 간장 양념을 발라 구우면 장어 특유의 기름진 풍미와 불향이 어우러진다.
장어덮밥(우나기동): 일본에서 즐겨 먹는 방식으로, 양념구이한 장어를 밥 위에 올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함께 보충할 수 있다.
장어탕: 한국식 보양 메뉴로, 장어 뼈와 살을 함께 끓여낸 국물 요리. 더위에 지친 몸에 원기를 불어넣는 전통적인 보양식이다.
장어정식: 한국·일본 음식점에서 인기 메뉴로, 구이·탕·회무침 등을 한 상 차림으로 내 다양한 조리법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5. 문화적 상징성
민물장어는 한국에서는 여름철 보양식, 일본에서는 도요노우시노히(장어 먹는 날) 같은 전통 풍습과 맞물려 ‘여름철 필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역시 장어구이를 고급 보양식으로 소비하며, 동아시아 전역에서 장어는 건강을 상징하는 식재료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