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 처음…최악의 가뭄으로 난리인데 역대 최대 기록한 '멸종위기종' 정체

2025-08-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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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장 많이 피었을 때 450개체
배추 말라비틀어지고 식당 휴업 고민

시민들이 쓸 물조차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역대급 가뭄이 강릉을 덮친 가운데 최근 강원 강릉 경포가시연습지에 멸종위기종 식물이 역대 가장 많이 꽃을 피운 사실이 전해져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가시연 / 연합뉴스
가시연 / 연합뉴스

지난 7월 초 발원지와 수질정화습지 등 경포호 곳곳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가시연은 최근 폭염과 가뭄이 심각해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가시연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식물로 강릉이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 열흘이 넘게 지속되는 열대야와 35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제한 급수를 시행할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강릉의 상황과 대비돼 놀라움을 자아낸다.

가시연은 폭염과 가뭄이 한창 이어지던 이달 중순 300개체가 넘는 꽃을 피우더니 지난 25일에는 670여 개체, 26일 740여 개체, 27일 800여 개체가 활짝 꽃을 피웠다. 지난해 가장 많은 꽃이 피었을 때는 450개체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고온과 많은 일조량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시연은 반세기만의 발아에 성공한 꽃으로, 자생한 지 얼마 안 돼 관광객을 비롯한 현지인조차 직접 개화한 모습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귀한 식물이다.

가시연을 찍는 시민 / 연합뉴스
가시연을 찍는 시민 / 연합뉴스

특히 개화한 가시연은 만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아침에 벌어졌다가 저녁에 오므라들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간에서는 과장을 섞어 '백 년 만에 피는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특징 탓에 보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여겨져 꽃말이 '그대에게 행운을'일 정도다.

요즘처럼 습도가 높고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 가시연을 보려면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

가시연은 과거 경포호에 자생했으나 호수 일부가 농경지로 개간되면서 제초제 사용 등 환경 오염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10년 습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땅속에서 휴면 상태로 있던 종자가 수분과 온도 등 조건이 맞아 50년 만에 발아, 확산하면서 경포호를 상징하는 깃대종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발원지와 수질정화습지, 습지 광장 등 경포호 곳곳에서 꽃을 활짝 피워 2010년 이래 가장 많은 개체수의 꽃을 볼 수 있게 됐다.

활짝 핀 가시연 / 연합뉴스
활짝 핀 가시연 / 연합뉴스

백 년 만에 피는 꽃, 어떤 식물일까

가시연은 수련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가시연속을 이루는 단 하나의 종이다. 보랏빛 꽃잎을 제외하고 줄기와 잎, 꽃받침까지 가시로 덮여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7~8월에 가시가 돋은 긴 꽃자루에 지름 4cm 정도의 밝은 자주색 꽃이 핀다.

씨에서 싹터 나오는 잎은 처음에는 작은 화살 모양이지만 점점 커지면서 둥그런 원반 모양을 이룬다. 가시가 달린 잎자루는 잎 한가운데에 달리며 잎의 지름은 보통 20~120cm 정도지만 때때로 2m에 달해 국내 자생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자랑한다.

10~11월이면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다. 가시연의 열매는 가시연밥이라고 부르는데 길이 5~7cm 정도다. 열매가 다시 터지면 투명한 물질로 싸인 씨앗이 나온다. 이런 특징은 씨앗이 물길을 따라 넓게 퍼지게 한다.

서식지는 주로 물밑 진흙인 1~2m 깊이의 못이다. 저수지나 호수에서도 생육한다. 서식지는 주로 일본, 만주,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개간, 수질 오염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24일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8%(평년 69.0%)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금 하는 방식의 제한급수를 시행 중인 강릉시는 저수율이 15%로 떨어지면 계량기 75%를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에 돌입한다. / 연합뉴스
24일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8%(평년 69.0%)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금 하는 방식의 제한급수를 시행 중인 강릉시는 저수율이 15%로 떨어지면 계량기 75%를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에 돌입한다. / 연합뉴스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은 비…식당은 휴업 고민

지난 4월 이후 강릉에 내린 비는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강릉의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6.4%까지 떨어졌다. 강릉의 최근 6개월 강수량은 평년(707mm)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심각한 가뭄에 폭염까지 이어지며 고랭지 배추는 썩어갔고 식당들은 휴업 고민까지 해야 할 지경이다.

강릉의 대표적인 고랭지 배추 생산지인 안반데기에서는 출하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폭염과 가뭄 탓에 작업이 중단됐다.

최근 6개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분이 부족한 탓에 배추는 겉이 말라비틀어져 노랗게 변하거나 안이 썩었다. 농민들은 배추 대부분을 폐기해야 할 형편이다.

제한 급수를 시행한 지 일주일이 지난 도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설거지나 과일을 씻을 때도 물 쓰는 게 무섭다고 말한다. 식당과 숙박업소 등은 물 사용량을 평소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절수에 동참하고 있지만 물이 아예 끊길 상황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강원도와 강릉시에 남대천 용수와 오봉저수지 사수량 활용을 위한 양수기·펌프 설치를 적극 추진하도록 요청했다. 사수량은 취수 가능한 최저 수위에서 저수지 바닥까지의 저수량을 의미한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는 먹는 물 지원과 도암댐 용수 공급 등 대체 수원 확보를 위한 협의를 당부했다. 또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 중단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점검하도록 했다. 국방부와 소방청에는 보유 장비를 활용해 운반급수 지원을 요청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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