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산지는 울상인데…뜻밖의 지역서 풍년이라 가격 쑥 내려간 '국민 수산물'
2025-08-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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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산지 울릉도 어획량 급감
기후 변화로 풍년 맞은 '이곳'
오징어 대표 산지였던 울릉도의 어획량이 급감한 데 반해 기후 변화로 풍년을 맞은 국내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금어기를 제외한 지난 25일까지 오징어 누적 위판량은 1402t이다. 지난 1~3월 위판량은 34t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달에 접어든 이후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위판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에만 467t이 위판됐고 이달 1~25일에는 무려 901t이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521t) 실적을 훌쩍 넘어선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그간 주로 동해안에서 잡혔으나 최근 군산 앞바다에서 어획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서해안 수온이 오징어의 산란, 서식 환경에 맞게 바뀌었고 멸치와 새우류 등 오징어의 먹잇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오징어 어획량이 늘면서 비응항 상가도 함께 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횟집과 음식점 수족관에 오징어가 전보다 많아지자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오징어를 먹으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역 상권도 모처럼 웃음을 되찾고 있다.

군산시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20마리 1상자 기준 7~8만 원(경매가)이었던 오징어 가격은 최근 5~6만으로 떨어졌다. 소비자가 역시 마리당 2000~3000원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동래 시 수산산업과장은 "여름철 본격적으로 잡히는 군산 오징어가 지역경제에 한몫하고 있다"라며 "급변하는 수산 자원 환경에 발맞춰 수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어가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라고 밝혔다.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 급감 심각…'제2의 명태' 사태 벌어질 수도
최근 기후 변화로 울릉도 근해에서 잡히는 오징어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 이러다간 오랜 세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다가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명태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때는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는 배만 200척이 넘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한 해 울릉도 근해에서 잡힌 오징어는 2000t 수준으로 급감했고 2016년께는 700t대로 줄어들며 조업을 아예 포기하는 어민이 속출했다.
이는 비단 울릉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오징어 생산량은 1990년대 이후 매년 10만t 이상을 유지하다 2017년 10만t 이하로 떨어졌으며 2020년대 들어 연 5~6만t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가격까지 급등해 '금징어'라는 말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조사한 연근해 신선 냉장 오징어의 평균 산지 가격은 kg당 9511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3.4% 올랐다.

오징어만의 문제 아냐…갈치, 꽃게 등 다른 어종 어획량 급감 속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갈치(-26.6%), 꽃게(-23.3%), 멸치(-18.8%), 삼치류(-16.8%), 붉은 대게(-9.9%), 가자미류 (-6.2%) 등은 한 해 전보다 생산량이 줄었다.
이런 현상은 단연 기후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다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2023년에 기록된 역대 최고 기록(18.09도)을 불과 1년 만에 0.65도 차로 갈아치운 셈이다. 해역별로는 남해 20.26도, 동해 18.84도, 서해 17.12도 순이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물고기들이 적당한 수온을 찾아 이동한다. 오징어 등이 점차 북쪽 바다로 떠나면서 어군 형성이 안 돼 고기잡이가 어려워지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2023년 11월 오징어 어획 부진 등 문제를 겪는 울릉도 어민에게 선박 한 척당 최대 2000만 원까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차례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계속 급변하는 한 어민들의 처지도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기후 변화, 바다 '뼛속'부터 바꾸고 있는 게 문제
더 심각한 문제는 특정 어종이 줄어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바다의 기초 생산력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 생산력이란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유기 화합물을 생산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바다 생태계의 중요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동해 연안에서 해양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 표층 수온과 저층 수온 간 차이가 커지면서 수층 간 영양염, 산소 등 물질 순환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간 매년 0.3%가량 줄어든 가운데 지난해 기초 생산력은 최근 6년(2018~2023) 평균보다 약 13%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우리나라 인근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점점 더 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