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고 햇볕 쬐면 '뱃속 화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과일주스 (실제 사례)

2025-08-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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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들조차 접촉성 발진과 헷갈려 하는 증상

라임주스를 마시는 소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라임주스를 마시는 소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시원한 마가리타(데킬라 베이스 칵테일)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려던 순간이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 라임을 손으로 짜내며 칵테일을 만들다가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화상을 입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마가리타 화상(margarita burn)'으로 불리는 식물광선피부염, 식물광화상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위험한 질환이다.

지난해 4월 호주 시드니의 한 어머니 펠리시티 프랜키시는 당시 여덟 살이던 딸 캐시가 부활절 일요일에 손가락이 타는 것 같다고 호소했을 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네 시간 후 시드니 패밀리쇼에서 놀이기구를 타던 딸이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집에 도착했을 때 캐시의 다리 전체에 타는 듯한 발진이 퍼져 있었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함께 놀던 친구 맥스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진들은 처음에 접촉성 발진으로 진단하고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피부에는 물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랜키시가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식물광선피부염에 대한 정보를 찾은 후에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화상 전날 아이들이 맥스네 정원에서 라임을 따서 라임 주스를 만들며 온몸에 라임즙을 묻혔다. 그것이 화상의 원인이었다.

라임 / 픽사베이
라임 / 픽사베이

식물광선피부염은 감귤류 과일이나 특정 식물에 접촉한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될 때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다. 감귤류 과일에는 푸로쿠마린이라는 화학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물질은 태양광선 아래에서 여러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푸로쿠마린과 접촉한 피부가 장파장 자외선인 UVA에 노출되면 광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세포가 손상을 입고 세포사(세포가 기능 수행을 멈추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가 일어날 수 있다.

이 질환이 마가리타 화상으로 불리는 이유는 라임이 주재료인 마가리타 칵테일을 만들거나 마시는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야외에서 맨손으로 라임을 짜내거나 라임 조각을 만지고 난 후 햇볕에 노출되면 화상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아이가 라임 주스를 마시고 햇볕을 쬔 후 뱃속에서 화상이 생긴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증상으로는 홍반, 부종, 물집, 그리고 지연된 과색소침착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식물광선피부염은 접촉 후 24~48시간 안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따끔거리고 물집이 생기는 심각한 피부 자극 증상이 나타난다. 반응은 일반적으로 노출 후 24시간 이내에 시작해 48~72시간 후에 최고조에 달한다. 처음에는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가려움증과 작열감이 나타나며, 48시간 이내에 큰 물집이 형성된다.

식물광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식재료들. AI 툴로 만든 사진.
식물광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식재료들. AI 툴로 만든 사진.

물집은 검은색, 갈색 또는 자주색 흉터를 남길 수 있으며, 이러한 과색소침착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열과 습기는 반응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물집과 홍반을 동반하고 가려움증, 따끔거리는 통증이 있지만 그러한 증상 없이 색소침착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식물광선피부염을 일으키는 식물은 라임 외에도 다양하다. 레몬, 셀러리, 파슬리, 돼지풀, 서양방풍나물 등이 푸로쿠마린을 함유해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큰멧돼지풀(Giant hogweed)은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식물로 분류되며, 이 식물에 노출된 후 햇빛을 받으면 3도 화상에 준하는 심각한 피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라임, 레몬, 셀러리, 파슬리는 한국에서도 소비가 많은 식재료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대응 방법이다. 여름철 야외에서 감귤류 과일을 다룰 때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특히 뜨거운 한여름 낮에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에서는 라임이나 레몬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이런 과일을 손으로 만져야 한다면, 즉시 손을 깨끗이 씻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마가리타. AI 툴로 만든 사진.
마가리타. AI 툴로 만든 사진.

정원에서 작업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셀러리, 파슬리, 돼지풀 등을 다룰 때는 긴팔 옷과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다양한 식물을 만질 수 있으므로, 부모들이 위험한 식물에 대해 미리 교육하고 감독해야 한다.

만약 식물광선피부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즉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에는 접촉성 피부염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호주 사례에서도 여러 병원을 거쳐 웨스트미드 화상전문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미한 경우 시원한 물로 환부를 식히고 항염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물집이 생기거나 광범위한 화상이 발생했다면 전문적인 화상 치료가 필요하다. 감염 예방을 위한 적절한 상처 관리와 통증 조절이 이뤄져야 하며,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한 질환이다. 여름철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일수록 감귤류 과일이나 위험한 식물을 다룰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런 위험성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범해 보이는 라임 한 개가 심각한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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