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쟁여 둘걸...최악 가뭄에 금값 돼 난리 난 '국민 식재료'
2025-08-31 16:23
add remove print link
여름철 대표 고랭지 작물인 국민 식재료
최악 가뭄에 포기당 6600원, 가격 치솟은 채소
강원도에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여름철 대표적인 고랭지 작물인 감자와 배추의 작황이 흔들리면서, 서민들의 밥상 부담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는 수분 함량이 95%에 달해 생육 과정에서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강원 영동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육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소비자가격은 이미 포기당 6600원을 넘어섰다. 불과 한 달 새 20% 이상 상승한 수치다. 김치, 찌개 등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채소라는 점에서 소비자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감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들어 감자 도매가격은 20㎏ 한 상자에 3만7000원대까지 치솟으며 지난해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소매가도 100g당 415원 수준으로 한 달 만에 18%가량 올랐다. 연구원은 9월에도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금감자’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실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배추도 금값, 감자도 금값”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김장용 배추, 제수용 감자 등 수요가 몰리는 시기와 맞물려 서민 가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농작물 생육이 차질을 빚고, 이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온이 1도 오를 때 농산물 가격이 평균 0.5%가량 오르는 것으로 분석돼, 기후 변화가 곧 물가 불안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과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산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료와 약제, 예비묘 공급을 통해 작물 생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형마트·중소형마트·전통시장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는 최대 40%까지 정부 할인을 지원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해 9월 중순 발표할 예정”이라며 “명절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극심한 가뭄 피해를 입고 있는 강원도 강릉 일대에는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방문해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을 지시했다. 정부는 소방 탱크차 50대를 긴급 투입해 하루 2000t의 급수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대통령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며 전국 지자체의 공동 대응을 당부했다.
이번 강원도 가뭄 사태는 단순히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상이변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생산은 불안정해지고, 이는 곧바로 서민 가계의 식탁과 직결된다. 감자와 배추는 ‘국민 식재료’라 불릴 만큼 활용도가 높은 작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치솟으며 “하루빨리 쟁여 둘걸”이라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물 관리 체계 강화, 품종 다변화, 안정적 수입선 확보 등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배추·금감자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 이번 사태는 기후 위기에 맞서 농업·유통·소비 구조 전반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