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가뭄에 '재난 사태' 강릉 vs 워터밤 속초…무슨 차이길래
2025-09-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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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한 속초는 별다른 피해 없어
강원 강릉시가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인접한 속초시는 별다른 피해 없이 ‘워터밤’ 축제까지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인프라 투자를 꼽았다.

속초시는 지난 2018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 뒤 지하댐 건설에 나섰다. 당시 수돗물 공급이 수주간 끊기며 아파트 단지에선 격일로 물을 공급했고, 시민들은 급수차에 의존했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지하댐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김철수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고, 시는 2019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2021년에 지하댐을 완공했다.
지하댐은 지하수의 바다 유출을 차단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속초시는 상수원인 쌍천 지하 26m 암반층에 총 280억 원을 투입해 시설을 마련했다. 저장 용량은 63만 톤으로, 약 석 달간 8만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와 함께 암반 관정 15곳을 추가로 개발했고, 25㎞에 달하는 낡은 상수관을 교체해 유수율도 59%에서 92%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국 평균인 8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강릉은 대체 수원을 마련하는 데 한참 뒤처졌다. 현재 연곡천 지하댐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완공은 2027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연곡정수장 확장 사업도 예산 부족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는 “강릉은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면서도, 급증하는 관광 수요에 맞춘 물 확보 대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강릉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강릉시청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 김홍규 시장의 “9월엔 비가 올 것”이라는 발언에 “하나님을 믿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을 실험에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적절히 비가 내려 투자를 미뤄왔지만, 올해는 예상 못 한 돌발 가뭄이 닥쳤다”고 설명했다.

강원 영동 지역은 태백산맥을 넘는 바람의 영향으로 강수가 적은 ‘푄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산세도 험해 비가 내려도 곧바로 동해로 빠져나간다. 올해는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에 그쳤고, 장기 폭염으로 내린 비도 대부분 증발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물그릇’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권현한 세종대 교수는 “지하댐은 수몰 지역이 거의 없어 환경 피해가 적고, 가뭄 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평창 도암댐의 물을 강릉으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암댐은 현재 3000만 톤의 물을 저장 중이며, 남대천까지 수로도 연결돼 있다. 그러나 도암댐은 2001년 오염수 유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현재는 농업용수 정도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수 담수화 시설 구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담수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동 지역은 이를 적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돌발 가뭄이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성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가뭄, 폭우가 어디서 터질지 예측이 어렵다”며, 지역별로 하천 주변에 저류조 등을 설치해 다양한 방식의 물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