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 흔했는데…10년 연구 끝에 특허까지 난 ‘한국 토종 나무’

2025-09-07 09:13

add remove print link

헬리코박터 줄이는 효과 입증
가을이면 보랏빛 열매 맺는 토종 나무

토종 블루베리로 불리는 정금나무가 헬리코박터균 저감 효과를 인정받으며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정금나무 열매 추출물 연구를 10년 동안 진행한 끝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증의 예방, 치료 또는 개선용 조성물’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소는 2015년 정금나무 추출물에 대한 세포 실험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에 항균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헬리코박터 균주 은행을 운영하는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에 동물 실험을 의뢰해 동물 체내에서도 헬리코박터균 감소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많은 식물 재료가 실험실 수준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동물실험까지 통과하는 경우는 드물어 이번 성과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허 등록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정금나무의 가치를 산업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연구소는 10여 년간 정금나무의 항산화 효능과 기능성 물질을 꾸준히 규명해 왔으며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학술대회 발표를 이어왔다. 기존 블루베리에 비해 항산화 효능이 5배 높다는 결과도 얻었다. 또 농업회사법인과 협력해 뿌리 삽목 재배법을 확립하고 비타민 시제품 제작에도 참여했다. 삽목 재배는 조직배양을 대체할 수 있어 일반 농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일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성능이 우수한 토종 블루베리 정금나무의 재배 확대와 소득 자원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헬리코박터 저감 소재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 회사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특허 매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금나무 열매 / 경기도 제공
정금나무 열매 / 경기도 제공

◈ 토종 블루베리, 정금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정금나무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이다. 높이는 1~4m 정도이며 충청도 이남 산지와 서해안, 남부 지역, 제주도에 걸쳐 자생한다. 여름에는 종 모양의 붉은빛 꽃이 아래로 처져 피고 가을이면 11.5cm 크기의 보라색 열매가 열린다. 열매 표면에 흰 가루가 덮여 있어 블루베리와 흡사한 모양을 띤다.

정금나무 열매는 크기는 작지만 영양은 풍부하다. 안토시아닌 함량은 블루베리보다 많게는 6배까지 높아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다. 이 성분은 시력 개선과 혈액순환,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며 동맥경화나 뇌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C와 유기산, 펙틴 성분도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소화 개선에도 유익하다.

한방에서는 정금나무 열매가 방부·수렴·이뇨 작용이 있어 방광염이나 임질 치료에 쓰였고 민간에서는 술이나 효소로 담가 먹었다. 꽃에서 채취한 꿀은 차와 요리에 활용됐으며, 정금주는 피로 회복과 강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속설로 부부 금슬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정금나무는 한때 잡목으로 분류돼 숲 가꾸기 과정에서 잘려 나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가치가 달라졌다. 환경부는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해 국외반출승인대상종으로 지정했고 국립산림과학원은 DNA 지도 해독과 대량재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 발아율이 낮고 삽목 효율이 떨어져 재배가 어려웠던 문제를 개선하면서 산업화 가능성이 커졌다. 유사종으로는 북한에서 전통주 재료로 쓰이는 들쭉나무가 있다.

정금나무 / 유튜브, 청산별곡TV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