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가면 무조건 있는 건데… 해외서 연구 중인 '뜻밖의 나무’

2025-09-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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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 지나가기만 해도 달콤한 향이 코를 찌르는 나무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대부분의 나무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유독 땅을 향해 순백의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바로 때죽나무다. 5, 6월이면 종 모양의 하얀 꽃이 아래를 향해 매달려 피며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나무를 지나가기만 해도 달콤한 향이 코를 찌를 정도로 꽃향기가 강하다.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인 때죽나무의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이다. 한국에서는 황해도 이남의 중부지방부터 제주특별자치도까지 주로 서해안 지역에 분포한다. 높이 5~15m까지 자라는 작은키나무다. 산지 계곡과 수변부 등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때죽나무라는 특이한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가을에 맺히는 둥글고 반질반질한 열매가 스님들이 떼로 몰려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떼중나무'에서 '때죽나무'가 됐다는 설이다. 나무껍질이 검고 일년생 가지의 나무껍질이 실처럼 벗겨지는 것을 줄기에 때가 많다고 본 데서 유래했다는 설, 열매에 함유된 에고사포닌 성분이 물에 풀면 기름때를 없애는 역할을 해 비누가 없던 시절 열매를 찧어 푼 물로 빨래해 때를 뺐다는 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 열매는 9월에 갈색으로 익는 삭과상 핵과다. 달걀 모양의 원형이며, 완전히 익으면 껍질이 불규칙하게 갈라져 담갈색의 종피에 싸인 큰 씨가 나와 떨어진다. 이 열매엔 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때죽나무는 예로부터 쓰임새가 매우 많았던 나무다. 일단 목재로 유용하다. 단단하고 재질이 치밀해 탄력성이 있으며 세공이 쉽다. 얼레빗, 목기류, 지팡이 등으로 사용했다. 가지는 회초리로 이용했다.

특히 열매에 함유된 에고사포닌과 기름 성분이 다양하게 활용됐다. 에고사포닌은 기름때를 없애주는 성분이다. 이 때문에 세제 대용품으로 이용됐다. 기름 성분은 동백기름을 대신한 여자들의 머릿기름이나 등잔불을 밝히는 연료로 각각 사용했다. 씨는 지방이 많아 기름을 짜서 등유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머릿기름으로도 이용했다.

에고사포닌 성분은 물고기의 아가미 호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특징이 있어 고기잡이에도 이용했다. 열매를 찧어서 강에 풀면 물고기들이 잠시 기절한다. 동학농민운동에서 이 독을 이용했다는 민간 야사도 전해진다.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제주도에서는 때죽나무를 사투리로 '족낭'이라 불렀다. 물이 귀했던 제주에서는 독특한 취수법에 이용했다. 산중 부락민들이 비가 올 때 지붕이나 나뭇가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했는데, 때죽나무 가지에 띠를 엮어 빗방울이 흘러내리도록 해 물을 받았다.

민간에서는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했다. 한방에서는 제돈목(齊墩木)이란 약제명으로 부르고 꽃을 매마등(買麻藤)이라 한다. 골절이나 뱀에 물렸을 때, 인후통이나 치통에 이용했다. 잎과 열매는 풍습(風濕), 즉 바람과 습기를 원인으로 생긴 병증으로 뼈마디가 쑤시는 증상에 사용했다. 감기약, 항균제, 기침, 가래, 관절통, 골절상 치료약으로도 썼다. 다만 많이 먹으면 목과 위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때죽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현대에 와서도 때죽나무의 활용도는 높다. 한국의 때죽나무는 전 세계 120여 종의 때죽나무 중 추위와 공해에 가장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외국에서도 한국산 때죽나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식력이 우수해 최근에는 생태하천 조성의 기본 수종과 조경수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도시 숲속의 수목들이 산성우와 대기오염으로 피해를 입는 반면 때죽나무의 어린나무는 별다른 탈 없이 성장해 대기오염의 지표 수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염색 재료로서의 이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잎을 갈아 20분간 끓여 염액을 만들어 매염제로 활용한 결과 색상의 변화가 다양하고 반복 염색으로 짙은 색의 염색제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때죽나무는 토종꿀의 훌륭한 밀원이기도 하다.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때죽나무 가지, 열매, 잎 추출물이 함유된 화장품이 다수 시중에 출시돼 있다.

일본에서는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원예품종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때죽나무 / '국립수목원'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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