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내재가치 없다”던 이억원, '코인 테마주' 투자 아이러니
2025-09-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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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위해 (투자를) 했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정작 ‘코인 테마주’로 불리는 미국 기업 ‘스트래티지(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스트래티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총 70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중 1100만 원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금융 수장 후보자가 해외 주식에 투자한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제출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주식·펀드 투자액은 총 7126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 주식 보유다.
스트래티지는 마이클 세일러 창업자가 2020년부터 꾸준히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현재 세계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코인게코 기준 이날 오후 3시 47분 현재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총 63만2457개. 이를 업비트의 비트코인 가격(1개당 1억5344만 원)으로 환산하면 약 97조 원 규모다.
이 때문에 스트래티지의 기업 가치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연기금이나 보험사처럼 위험자산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기관들은 스트래티지를 통해 사실상 ETF처럼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하는 효과를 얻는다.
논란은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이번 투자 행보가 상반된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그는 가상자산을 두고 “내재적 가치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정무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어 예금·증권 등 전통 금융상품과 다르다”며 “가격 변동이 커 화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상자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노후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개인 연금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도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아이러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매체에 따르면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코인 테마주’로 불리는 스트래티지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아이러니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미국 대통령 일가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국회에서도 입법이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보다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위해 (투자를) 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