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10년 만에 국내 인명피해, 최고 200kg '위험동물' 튀어나왔다
2025-09-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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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구례 사고 원인은 '이 위험동물'
야산서 버섯 채취 중인 주민에 달려든 멸종위기 야생동물
지리산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오랫동안 ‘성공적인 멸종위기종 보전’의 사례로 회자돼 왔다. 하지만 누구도 원치 않던 사건이 결국 터졌다. 10년 만에 반달곰이 주민 인명피해를 낸 사례가 공식 집계된 것이다.

최근 월간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해 8월 전남 구례 토지면 문수리에서 발생했다. 새벽녘, 버섯을 채취하려던 한 주민 A 씨가 야산 절벽에 몸을 기댄 채 작업하던 중이었다. 그 순간, 반달곰으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이 불쑥 튀어나왔다. 놀란 A 씨는 급히 곁에 있던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몸의 균형을 잃어 넘어졌고, 왼쪽 뺨과 이마를 다쳤다.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다행히 곧 회복돼 하산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당시 현장 조사에 나선 국립공원공단은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발자국이나 흔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반드시 반달곰이라는 보증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 6월 공개된 「2024 멸종위기야생생물 증식·복원사업 연간보고서」에는 이 사건이 반달곰에 의한 대인피해로 명확히 기록됐다. 또한 보험사에도 이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매체에 “반달곰이 직접 물거나 할퀴어 다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이더라도 반달곰에 의한 피해는 맞다는 결론이 나와 보험 접수를 했다”며 “일종의 비접촉 교통사고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곰의 행동이 직접적 상해를 남기지는 않았으나, 그 존재만으로도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사례는 2014년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에서 야영객 침낭이 훼손된 사건 이후 10년 만에 기록된 반달곰 대인피해라고 매체는 전했다. 그 사이 등산객이나 주민과의 돌발적 마주침은 여러 차례 보고됐으나, 공식적으로 인명피해로 집계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지난해 6월 연하천 대피소에서 곰이 잔반통을 뒤지는 장면이 등산객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머지않아 인명사고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는데, 불과 몇 달 뒤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서 경각심은 한층 커졌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꾸준히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고 강조한다. 2024년 한 해에만 무인 안내시스템 123개소를 추가 설치했고, 반달곰 활동 지역을 알리는 홍보 깃발 597개를 세웠다. 여기에 전기 울타리 213개를 새로 설치해 곰의 접근을 차단하고, ‘반달가슴곰 명예보호원’ 26명을 위촉해 불법 엽구 수거 및 서식지 보호 활동도 강화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100% 통제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반달곰은 멀리서 보면 작은 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위용을 갖춘다. 몸길이는 138~192cm, 체중은 최대 200kg에 달한다. 얼굴은 길고 이마가 넓으며, 가슴에 선명한 흰색 반달 무늬가 있어 ‘반달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개체마다 무늬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 어떤 경우에는 무늬가 전혀 보이지 않는 개체도 있다.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했지만 시력은 좋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은 절벽을 오르는 데 유용하다. 평지보다 산을 오를 때 더 빠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악지형에 특화돼 있다.
식성은 잡식성이다. 도토리와 같은 견과류와 과일을 좋아하며, 꿀이나 곤충, 새의 알과 새끼까지 먹는다. 겨울에는 동면하며, 평균 수명은 25년 정도다. 임신기간은 약 200~240일이며, 새끼는 이듬해 12월에 1~4마리를 낳는다.
과거 반달곰은 한반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과 웅담을 노린 밀렵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고, 이후에도 서식지 파괴가 이어지며 사실상 멸종 위기에 몰렸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2004년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이 본격화됐고, 20년 가까이 이어진 노력으로 야생 개체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 구례 주민 피해 사례는 반달곰이 인간 생활권과 맞닿아 있다는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인간과 멸종위기 대형 포유류가 같은 공간을 공유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관계 당국은 주민과 등산객의 안전 수칙을 더욱 알리고, 반달곰의 활동 반경을 면밀히 추적해 예기치 못한 조우를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집계된 이번 피해는, 반달곰이 단순히 복원의 상징을 넘어 언제든 ‘위험동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앞으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구체적 대응이 이어질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