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중국도 외면했다…가격 41.1% 추락한 뜻밖의 '국민 과일' 정체

2025-09-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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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몸값 수년째 하락세인 의외의 고급 과일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력 잃고 있는 뜻밖의 국민 과일

‘포도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며 귀족 과일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샤인머스캣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프리미엄 과일 시장을 주름잡으며 거봉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심지어 최대 소비처였던 중국마저 등을 돌리면서 ‘국민 과일’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실제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샤인머스캣(L과·2kg)의 소매가격은 2만 1049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시기(2만 4045원)보다 12.4% 낮은 수준이다. 평년가(3만 5734원)와 비교하면 무려 41.1% 급락했다.

2020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샤인머스캣은 2kg당 소매가가 4만 7860원에 달했다. 고급 선물 세트로 취급되며 ‘한 송이에 1만 원’이 넘는 가격표가 붙는 것이 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값싼 거봉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가치가 추락했다.

농가의 시름은 깊다. 김희수 한국포도회 경북지부장은 “1송이를 키우는 데 1000원 이상의 생산비가 들어가는데 남는 순수익은 2500원 남짓”이라며 “2020년만 해도 한 송이당 7000원 이상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생산비 보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 / 연합뉴스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 / 연합뉴스

샤인머스캣 가격이 곤두박질친 가장 큰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포도 재배 면적 가운데 샤인머스캣 비중은 2017년 4%에서 2020년 22%로 치솟았고, 2022년에는 41%에 달했다. 초보 농가도 쉽게 재배할 수 있고 저장성이 뛰어나 단기간에 재배 농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품질 저하도 뼈아픈 문제다. 높은 가격을 기대하며 조기 출하가 잦아지면서 당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채 시장에 나온 사례가 많았다. 샤인머스캣은 한 송이당 500~600g 크기에서 가장 풍미가 좋은데, 농가들이 수익을 늘리려 더 큰 송이를 길러내면서 맛이 떨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노정호 농촌진흥청 과수기초기반과 연구원은 “800g에서 1kg이 넘는 송이를 키우면 당도를 충분히 올리기 어렵다”며 “겉모습은 멀쩡해 보여도 실제로는 맛이 떨어져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샤인머스캣 / 연합뉴스
샤인머스캣 / 연합뉴스

한때 효자 품목이었던 수출 시장도 빠르게 위축됐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중국으로 수출된 포도는 422.6t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샤인머스캣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량은 103.3t으로 급감했고,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38t에 불과하다. 중국 고소득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샤인머스캣마저 ‘외면당한’ 것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샤인머스캣이 과잉 공급되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흔한 품종으로 전락했다”며 “결국 시장에서 컴벨얼리 같은 기존 품종 가격이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품종이 재배 면적을 압도적으로 차지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수출용은 장기 저장이 가능한 품종을 개발하는 등 품종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샤인머스캣 / 연합뉴스
샤인머스캣 / 연합뉴스

‘국민 과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샤인머스캣은 불과 3~4년 만에 ‘흔한 과일’로 떨어졌다. 값비싼 선물 세트에서 마트의 일반 진열대 과일로 자리 바뀐 현실은 시장의 무서운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샤인머스캣은 프리미엄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 또 다시 살아남기 위해 품종 관리와 수출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유튜브, 자디스

샤인머스캣 대체 ‘컴벨얼리’는 무엇?

① 진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의 토종 포도

컴벨얼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대표 포도 품종으로, 껍질을 벗겨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당도는 샤인머스캣보다 다소 낮지만 특유의 진한 향과 부드러운 과육이 매력적이다. 껍질을 씹을 때 느껴지는 은근한 떫은맛은 오히려 향긋함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② 풍부한 안토시아닌으로 눈 건강에 도움

보랏빛이 선명한 컴벨얼리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시력 보호와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으며, 활성산소를 줄여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빈혈 예방에도 유익하다.

캠벨얼리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자료 사진 / 뉴스1, 거창군 제공
캠벨얼리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자료 사진 / 뉴스1, 거창군 제공

③ 주스·잼·와인으로 다양하게 즐기는 활용성

컴벨얼리는 생과로도 인기가 높지만, 주스나 잼, 와인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도가 더욱 넓다. 진한 색과 향이 유지돼 음료나 디저트 재료로 적합하며, 최근에는 젤리·아이스크림 등 새로운 디저트 레시피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한 전통 포도 컴벨얼리는 샤인머스캣의 대체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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