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볼 수 없는 장면…교미부터 산란까지 모두 포착된 '희귀 철새'
2025-09-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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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찾아오는 철새, 교미·산란·부화 전 과정 카메라에 담겨
울산 태화강 대숲에서 여름 철새 중백로가 알을 낳고, 부화해 새끼를 기른 뒤 둥지를 떠나기까지 71일간의 기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태화강 대숲은 여름이면 다양한 철새가 찾아와 둥지를 트는 곳이다. 올해는 그동안 좀처럼 확인하기 어려웠던 중백로가 이곳에 자리 잡았다. 알을 낳고 품은 뒤 새끼가 차례로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기록되면서 대숲은 한동안 생명의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폭우와 무더위 속에서도 어미는 둥지를 지켰고 새끼들은 가지를 옮겨 다니며 날갯짓을 배우다 마침내 둥지를 떠났다.
울산시는 지난 6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삼호철새공원에 설치한 관찰카메라(CCTV)를 통해 중백로의 산란부터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과정까지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관찰은 2016년 관찰카메라 설치 이후 처음이다. 태화강 대숲에 둥지를 트는 백로류 가운데서는 네 번째 사례로, 앞서 2020년과 올해 왜가리, 2021년 중대백로, 2022년 황로가 기록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개체가 찾아와 관찰이 용이했던 다른 백로류와 달리 소수만 드물게 찾아오는 중백로의 번식 과정은 그동안 쉽게 확인되지 않았다.
관찰 영상에 따르면, 6월 2일 알 두 개를 품고 있는 모습이 최초로 포착됐다. 다음 날인 3일에는 세 번째 알을 낳는 장면이, 이어 4일에는 암수가 교미하는 모습까지 기록됐다. 10일에는 네 번째 알을 낳았고, 알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둥지를 보수하는 장면도 확인됐다.


알 품기는 암수가 교대로 이어갔다. 6월 26일 첫째 새끼가 부화하며 울음소리를 냈고, 어미가 반쯤 소화한 먹이를 토해내 새끼에게 건네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27일에는 둘째 새끼가 태어나자 어미가 깨진 알껍데기를 둥지 밖으로 치워냈다. 이어 30일에는 셋째, 7월 1일에는 넷째까지 차례대로 세상에 나왔다. 중백로의 포란 기간은 평균 26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기록에서도 이 수치가 그대로 확인됐다.
부화 후에는 성장 과정이 이어졌다. 7월 초 무더운 날씨에는 어미가 날개를 펼쳐 햇볕을 가려주었고, 먹이를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새끼를 위해 토해낸 먹이를 다시 삼켰다. 형제끼리 먹이를 두고 다투는 모습도 자주 관찰됐는데, 어미는 가장 약한 막내에게 작은 물고기를 따로 챙겨주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7월 9일 넷째가 한동안 기운을 잃기도 했지만, 며칠 뒤에는 네 마리 모두 골고루 먹이를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7월 14일, 부화 후 14일째 되는 날에는 어미가 둥지를 비우고 8~10시간 간격으로만 먹이를 주러 찾아오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깃털을 다듬고, 둥지 옆 가지로 뛰어오르며 차츰 날갯짓을 연습했다. 7월 31일에는 첫째가 처음 둥지 밖으로 날아올라 다시 돌아왔고, 8월 8일 둘째, 10일에는 셋째와 넷째가 차례로 둥지를 떠났다. 8월 11일, 둥지를 이루던 나뭇가지가 흩어지며 번식은 끝이 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많은 개체가 오는 중대백로나 왜가리와 달리 중백로의 둥지는 관찰이 어려웠다”며 “이번기록은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고, 촬영된 영상은 울산철새여행버스와 조류사파리 누리집을 통해 교육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백로는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4월 태화강에 찾아와 번식한 뒤 9월 하순이면 떠나는 여름 철새다. 왜가리와 중대백로보다 작고, 쇠백로보다는 큰 중간 크기이며 여름철에는 등과 가슴에 실 같은 장식깃이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