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격 미친 듯 오르자...한국서 신품종으로 난리 난 '국민 식재료' 정체

2025-09-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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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대비 무려 83% 가격 급등한 '이 식재료'
35도 폭염 속에서도 작황 상태 좋아

끝나지 않은 폭염이 다시 한번 서민 밥상을 뒤흔들고 있다. 7~8월 내내 오르던 농산물 가격이 9월에도 진정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국민 식재료’ 배추는 금값으로 불릴 만큼 몸값이 치솟았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1포기 평균 소매 가격은 6665원으로, 전달(6114원)보다 9% 올랐다. 7월 대비로는 무려 83% 폭등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배추’ 사태가 반복되는 셈이다. 이상기온과 재배 면적 감소가 겹치면서 공급 불안이 고질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계속돼 가을철 가격 안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후 변화가 길어진 폭염과 집중호우로 이어지며 여름철 배추 재배 기반을 무너뜨린 결과, 생산 불황은 수급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T가 내놓은 대안은 더위에 강한 신품종 배추 ‘하라듀’다. B tv news에 따르면 폭염에도 잘 견디고 생육 속도가 빠른 하라듀는 기존 고랭지 배추가 고온에 약해 생산이 줄어드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준고랭지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한 배추밭에서는 해발 410m 준고랭지 환경에서도 하라듀가 무더위를 견디며 푸른 잎을 키워내고 있다. 이남수 농촌진흥청 기술지원과장은 “하라듀는 고온에 강한 특성이 있다. 특히 배춧속이 형성된 뒤에도 온도가 높으면 기존 품종은 썩기 쉬운데, 하라듀는 이런 조건에서도 제대로 생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추 자료 사진 / 뉴스1
배추 자료 사진 / 뉴스1

전북 남원 준고랭지의 한 농가에서도 하라듀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작황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연주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현재까지 생육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농가들 반응도 긍정적이라 내년 도입을 희망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시범 재배를 맡은 농민들의 기대도 크다. 한 재배 농민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무슨 배추냐고 묻는다. 앞으로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잘 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랭지 배추 재배 기반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1996년 1만793헥타르에 달했던 고랭지 배추 재배지는 해마다 감소해 2023년에는 3995헥타르로 줄었다. 생산량도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오는 2050년에는 7% 수준, 2090년 이후에는 사실상 재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급격한 기후변화가 ‘하라듀’ 같은 대체 품종 필요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금배추 수확하는 농민들. 자료 사진 / 뉴스1
금배추 수확하는 농민들. 자료 사진 / 뉴스1

농가뿐만 아니라 식품업계도 하라듀에 주목하고 있다. 대량으로 김치를 제조하는 기업들이 하라듀 활용을 시도하며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광성 aT 기후변화대응부장은 “김치 제조사들이 소비자 반응과 시장성을 확인한 뒤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상품화와 유통이 확대될 것이다. 농가 재배도 늘어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ch B tv 수원

aT는 시범 재배를 통해 수확한 배추 300톤을 정부가 수매해 농가 판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국제농업박람회에서는 하라듀를 활용한 신품종 김치 시식 행사도 열려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홍문표 aT 사장은 “신품종 개량 없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 씨종자 개발과 보급 확대에 앞장서고, 가공업체와 협력해 현장 수급 안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어진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배추·시금치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한 달 동안 최대 2배 이상 상승한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 뉴스1
최근 이어진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배추·시금치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한 달 동안 최대 2배 이상 상승한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 뉴스1

정부 차원의 대응도 병행된다. 정부는 배추 가용 물량 1만 7000톤을 방출하고, 가을 감자 1000톤의 수매·비축을 추진한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주요 성수품 수급 상황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비축 물량 공급과 할인 지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폭염과 기후 위기로 국민 식재료 배추가 또다시 금값이 된 상황, ‘하라듀’의 성공적인 안착은 단순한 품종 교체를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 체계로 나아가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농가와 소비자의 시선이 신품종 배추에 집중되는 이유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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