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씰의 '김정은 도청 작전'은 왜 실패했을까

2025-09-0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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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자세히 전한 6년 전 북한 침투 작전

네이비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영화 '제로 다크 서티'의 스틸.
네이비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영화 '제로 다크 서티'의 스틸.
미국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청 작전은 왜 실패한 것일까.

미국 네이비씰(해군 특수부대)이 2019년 김 위원장을 도청하기 위해 북한에 침투했다가 자신들을 발견한 민간인들을 사살하고 철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폭로한 것과 관련해 당시 작전이 실패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NYT에 따르면 당시 작전은 2005년 작전 성공 선례 바탕으로 추진됐다. 2005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네이비씰이 소형 잠수정을 이용해 북한 해안에 침투해 눈에 띄지 않고 임무를 완료한 적이 있었다. 당시 작전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보도된 적이 없었다. 2019년 작전을 계획한 합동특수작전사령부는 이런 과거 사례를 근거로 김 위원장 도청작전이 실행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작전 계획은 축구장 두 개 길이에 가까운 핵잠수함을 북한 연안에 은밀히 침투시킨 뒤 각각 범고래 크기 정도인 두 척의 소형 잠수정에 네이비씰 소규모 팀을 배치해 조용히 해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다. 소형 잠수정들은 물에 잠긴 채로 타는 잠수정인 까닭에 네이비씰 대원들이 스쿠버 장비와 가열 슈트를 사용해 약 2시간 동안 4.4도 바닷물에 잠긴 채로 해안에 도달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네이비씰이 작전을 수행할 땐 머리 위의 드론이 목표물에 대한 고화질 동영상을 스트리밍한다. 지상의 네이비씰과 멀리 떨어진 지휘센터의 고위급이 이를 실시간으로 사용해 공격을 지휘할 수 있다. 종종 적의 통신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선 드론이 쉽게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이에 따라 임무는 궤도 위성과 국제공역에서 수 마일 떨어진 고고도 정찰기에만 의존해야 했다. 이들 장비들은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는 정지 이미지만 제공할 수 있었다. 실시간 이미지도 아니었다. 더욱이 작전을 들킬 수 있는 우려로 인해 소형 잠수정엔 해당 이미지를 전송할 수도 없었다. 모든 작전이 거의 통신 차단 상태에서 수행돼야 했다.

작전 당일 소형 잠수정들이 해저 정박 지점에 도달했을 때 첫 번째 실수가 발생했다. 어둠 속에서 첫 번째 잠수정은 계획대로 해저에 정박했지만, 두 번째 잠수정은 목표를 넘어선 곳까지 가는 바람에 유턴을 해야 했다. 당초 계획은 잠수정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정박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두 잠수정은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정박했다. 시간이 촉박해 네이비씰은 해안에 침투하는 대원들을 잠수정에서 내보내고 정박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대원들이 잠수정에서 나가자 조종사들은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던 잠수정의 위치를 재조정했다. 가시성과 통신을 위해 조종석 문을 열어둔 채 조종사가 전기 모터의 속도를 높여 잠수정의 방향을 돌렸다. 일부 네이비씰은 작전 후 브리핑에서 모터의 항적이 북한 어선의 주의를 끌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북한 어선에 탄 이들이 물소리를 듣고 돌아봤다면 잠수정의 열린 조종석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봤을 수도 있다. 작전에 실패한 네이비씰 대원들은 자신들이 발각됐다고 판단해 총격을 가했다. 북한 어민 2~3명이 사살됐다.

작전 실패 후 미군 내부 검토에서는 민간인 사살이 교전규칙상 정당했고, 임무가 예견되거나 피할 수 없었던 불행한 사건들의 충돌로 좌절됐다고 결론지었다. 결과는 기밀로 분류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전이나 결과에 대해 군사 및 정보 활동을 감독하는 의회 주요 위원회의 리더들에게 결코 알리지 않았다고 정부 관리들이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보안 직책을 맡은 바 있는 매튜 왁스만 컬럼비아대 법학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법을 위반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트 특수작전 부대들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임무들을 배정받는다. 네이비씰은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에 대한 타격, 인질 구출, 오사마 빈 라덴 제거를 포함한 여러 주요 작전에서 성공을 거둬 거의 초인간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동시에 네이비씰은 지나치게 대담하고 복잡한 임무를 고안한다는 평판도 갖고 있다. 1983년 카리브해 섬나라 그레나다 침투 작전에 실패한 게 대표 사례다.

그레나다 침공의 일부였던 당시 작전의 계획은 바다에 낙하산으로 뛰어든 뒤 쾌속선으로 해안까지 달려가 섬의 공항으로 공격 부대를 안내할 비콘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폭풍우가 치는 밤에 네이비씰 대원들이 무거운 장비를 지고 뛰어내리다 4명이 익사했다. 나머지 대원들에 의해 쾌속선도 침몰했다. 비행장은 나중에 비행장에 직접 낙하산으로 뛰어든 육군 레인저들이 점령했다.

이후 네이비씰들은 파나마, 아프가니스탄, 예멘, 소말리아에서 복잡하고 대담한 작전들을 수행했지만 잇따라 실패했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인질 구출 작전에선 실수로 여성 인질을 죽인 뒤 상관들에게 인질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거짓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네이비씰의 작전이 더욱 과감해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의 과정의 많은 부분을 건너뛰고 예멘의 한 마을에 대한 공습을 승인했다. 해당 작전으로 인해 마을 민간인 30명, 네이비씰 1명이 사망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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